안녕하세요. 이수민 전문가입니다.
반도체는 전기가 통하는 정도를 바깥에서 조절할 수 있는 물질이에요. 금속은 전자가 늘 자유롭게 움직여서 언제나 전기가 통하니, 켜고 끄는 스위치로 쓸 수가 없어요. 실리콘은 전자가 움직이려면 1.1eV 정도의 에너지 문턱(밴드갭)을 넘어야 해서 평소엔 전기가 잘 안 통하다가, 전압이나 빛, 열을 주면 통하기 시작해요. 트랜지스터는 이 성질을 이용해 0과 1을 만들어요.
도핑은 이 전도성을 원하는 대로 조절하는 방법이에요. 실리콘은 최외각 전자가 4개인데, 여기에 전자가 5개인 인을 조금 넣으면 전자 하나가 남아 돌아다니고(n형), 3개인 붕소를 넣으면 전자가 빈 자리인 정공이 생겨요(p형). 실리콘 원자 수십만~수백만 개에 하나꼴로만 넣어도 전도도가 수만 배 넘게 바뀌고, 칩의 위치마다 n형과 p형을 나눠 넣어 트랜지스터를 만들어요.
실리콘이 주인공이 된 이유는 여러 가지예요. 모래에서 얻을 만큼 흔하고, 불순물이 거의 없는 지름 300mm짜리 완벽한 단결정으로 키울 수 있어요. 표면을 산화시키면 생기는 이산화규소는 매우 안정된 절연막이라 트랜지스터를 만들기 좋아요. 경쟁자였던 게르마늄은 산화막이 물에 녹아버려요. 수십 년 쌓인 공정 기술도 큰 이점이에요.
대체 소재도 활발히 쓰이고 연구되고 있어요. 밴드갭이 큰 탄화규소(SiC)와 질화갈륨(GaN)은 높은 전압과 열에 강해서 전기차 인버터나 고속 충전기에 이미 들어가고, 갈륨비소는 통신용 고주파 칩에 쓰여요. 원자 몇 층 두께의 이황화몰리브덴 같은 2차원 소재는 실리콘으로 더 줄이기 어려운 초미세 트랜지스터 후보로 연구되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