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수치부터 정리하겠습니다. 공복혈당 86 mg/dL은 정상 범위 안에 있고, 당화혈색소(HbA1c) 5.5%도 정상입니다. 당화혈색소의 정상 기준은 5.7% 미만이고, 5.7에서 6.4%까지가 당뇨 전단계, 6.5% 이상이 당뇨로 진단됩니다. 5.5%는 수치 자체만 보면 "꽤 높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20대라는 나이를 감안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수치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하냐고 하면, 임상적으로는 당화혈색소를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공복혈당은 검사 당일의 컨디션, 수면, 전날 저녁 식사 시간, 스트레스 등 여러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당화혈색소는 적혈구의 수명인 약 120일을 기준으로 최근 2에서 3개월간의 평균 혈당을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단 한 번의 공복 상태보다 훨씬 긴 시간의 혈당 패턴을 담고 있어서, 혈당 조절 상태를 보는 데 있어 더 안정적인 지표입니다.
12시간 공복이 혈당을 인위적으로 낮게 만들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사실 공복혈당 검사의 표준 공복 시간이 8에서 12시간이기 때문에 12시간은 오히려 정석에 가깝습니다. 극단적으로 오래 굶으면 간에서 포도당을 내보내는 반응이 일어나 혈당이 올라가기도 하는데, 12시간은 그 정도의 범위는 아닙니다. 즉, 공복혈당 86은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수치입니다.
밤마다 음주나 야식을 했던 것이 당화혈색소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실제로 있습니다. 알코올 자체는 혈당을 오히려 낮추기도 하지만, 안주나 야식으로 함께 섭취하는 탄수화물, 그리고 음주 후 이어지는 야식 패턴이 반복되면 평균 혈당이 올라가고 그게 당화혈색소에 반영됩니다. 2에서 3개월간의 생활 패턴이 고스란히 담기는 수치이니까요.
정리하자면, 현재 두 수치 모두 정상 범위이고 당장 걱정할 수준은 아닙니다. 다만 5.5%가 정상이라고 해도 상한선에 가까운 쪽에 위치해 있고, 지속적인 야식과 음주 습관이 유지된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수치가 올라갈 여지는 충분합니다. 현재 정신적 스트레스도 상당하다고 하셨는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혈당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당장 적극적인 의료적 개입이 필요한 상태는 아니지만, 6개월에서 1년 안에 재검사를 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