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3주일이 걸리는 '물리적 시차'
재고 소진의 문제: 현재 주유소나 정유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름은 2~3주 전 비싼 가격에 수입해 온 원유입니다.
높은 가격에 들여온 재고가 먼저 소진되어야 비로소 낮아진 유가가 반영된 기름이 공급되므로, 소매 가격에 하락분이 도달하기까지는 통상적으로 2~3주의 고정적인 시차가 발생합니다.
2. 발목을 잡는 '고환율'
원유는 전적으로 달러로 결제됩니다.
최근처럼 국제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해 버리면, 정유사가 실제로 지불해야 하는 원화 기준의 수입 원가는 크게 줄어들지 않거나 오히려 제자리에 머물게 됩니다. 환율 상승이 유가 하락 효과를 상쇄해 버리는 것입니다.
3. 기름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정액 세금'
주유소 기름값의 구조를 보면 국제 유가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고정 비용의 벽이 매우 두껍습니다.
국내 기름값에는 유류세(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등)와 부가가치세 등 다양한 세금이 붙습니다.
특히 유류세의 상당 부분은 가격 비율이 아니라 리터당 일정 금액이 고정적으로 부과되는 '정액세' 형태입니다. 따라서 국제 유가가 아무리 폭락해도 세금이라는 뼈대는 그대로 유지되므로 소비자가 피부로 느끼는 하락 폭은 상대적으로 완만할 수밖에 없습니다.
4. 정부 가격 통제(최고가격제 등)의 후행 효과
최근 급등기 동안 정부의 가격 통제 정책(최고가격제 등)이 시행되었다면 이 역시 원인이 됩니다.
유가가 급등할 때 정부가 가격을 억제해 둔 만큼, 정유사와 유통업계는 누적된 비용 부담과 손실을 안게 됩니다.
이후 유가가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었을 때, 그동안 올리지 못했던 손실분을 보전하기 위해 판매 가격 인하를 지연시키는 움직임이 나타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