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사람은 왜 태어나서 3살 무렵까지의 기억을 성인이 되면 머릿속에서 완벽하게 삭제해 버릴까요?
사람은 누구나 3살까지의 그 기억을 아예 기억을 못하고 머릿속에서 사실상 삭제되는 상태인데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과학적인 이유가 궁금해요
3개의 답변이 있어요!
안녕하세요. 임형준 수의사입니다.
이 현상은 유아기 기억상실로 기억이 완전히 삭제된다기보다 장기적으로 꺼내기 어려워지는 것으로 봅니다. 3세 전에는 해마와 기억회로가 아직 발달 중이고, 언어 자기개념도 충분히 형성되지 않아 경험을 성인처럼 이야기 형태로 저장하기 어렵습니다.
유아기 기억을 못 하는 현상은 '영아기 기억상실증'이라 하는데, 뇌의 대대적인 구조 변화 때문입니다.
먼저 장기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겨나며 기존 기억 회로를 덮어씁니다. 다시 말해 뇌 신경망이 재편되면서 어릴 때 기억이 저장된 옛길이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게다가 어른은 언어로 기억을 검색하지만, 3세 이전은 감각으로 저장해 인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내가 경험했다는 자아 인식이 잡히기 전이라 연속적인 서사로 기억을 남기지 못하죠.
다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억 자체가 지워졌다기보다 성인의 뇌 검색 방식과 맞지 않아 접근을 못 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사건은 잊혀도 걷기, 숟가락질, 정서적 유대감 같은 몸과 무의식의 기억은 남아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넉넉한키위191님. 이중철 전문가입니다.
먼저, 어린시절의 기억이 성인이 되면서 사라지는 유아기 기억상실은 뇌가 기억을 고의로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 저장을 담당하는 해마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폭발적으로 생성되며 기존 회로를 재구성하고, 언어 발달 이전의 저장 방식과 성인의 기억 인출 방식이 일치하지 않아 발생한답니다.
■ 해마의 신경세포 증식과 기억 회로의 재배선
뇌 속에서 새로운 경험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핵심 기관은 해마입니다. 생후 3세 무렵까지의 유아기에는 해마의 치상회 부위에서 새로운 신경세포인 뉴런이 일생 중 가장 활발하고 폭발적으로 만들어지는데요. 새로 생겨난 수많은 뉴런이 기존에 연결되어 있던 시냅스 회로에 끼어들면서 배선 구조를 끊임없이 재배치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초기에 형성되었던 기억 흔적이 흩어지거나 덮어씌워지기 때문에, 어린 시절의 사건 정보를 뇌 속에서 물리적으로 온전히 유지하기 어려워지게 되지요.
■ 언어적 부호화의 부재와 자전적 기억의 미형성
기억을 뇌에 새기는 방식과 성인이 되어 기억을 꺼내 쓰는 방식 사이의 불일치도 결정적인 원인입니다. 세 살 이전의 아기는 언어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주변 사건을 체계적인 단어나 서사가 아닌 단순 감각과 감정 형태로 분절하여 저장하는데요. 성인의 뇌는 언어와 시간의 흐름이라는 논리적인 열쇠를 통해 과거의 자전적 기억을 검색합니다. 비언어적으로 부호화된 유아기 기억은 언어 중심의 성인 뇌가 접근할 검색 단서가 없어 서랍을 열지 못하며, 독립된 주체로서의 자아 개념이 확립되기 전이라 사건을 체계적으로 묶어두지 못한답니다.
정리하자면,
세 살 이전의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해마의 폭발적인 신경세포 증식으로 기존 기억 회로가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뇌 발달 과정 때문이며, 언어와 자아 개념이 자리 잡기 전에 형성된 감각 기억이라 성인의 뇌 구조로 인출할 단서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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