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를 찾으시느라 애쓰셨을 텐데, 사실 그건 곰팡이가 아닙니다. 물기 있는 곳에 생기는 분홍색 물때는 세라티아라는 세균이에요. 검은 곰팡이와는 아예 다른 종류라서, 집 다른 곳에는 곰팡이가 없는데 유독 거기만 그런 게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이 세균은 곰팡이보다 훨씬 물을 좋아해서 늘 젖어 있는 자리에만 자리를 잡습니다. 같은 화장실 안에서도 배수구 둘레, 샴푸통 바닥, 변기 테두리처럼 물이 실제로 머무는 곳에 먼저 생기거든요. 지금은 그 자리가 에어컨 배수관 입구가 된 것뿐입니다.
에어컨을 길게 튼 뒤에 나타난 것도 그래서입니다. 에어컨에서 나오는 물은 공기 중 습기가 차가운 관에 맺혀 떨어지는 것이라 깨끗해 보이지만, 나오면서 실내 먼지와 에어컨 안쪽에 낀 것들을 함께 씻어 내립니다. 게다가 미지근합니다. 세균이 좋아할 조건이 그대로 갖춰지는 셈이죠.
구조 탓이냐고 물으셨는데, 배수관을 바닥으로 돌려 화장실에서 빼는 방식 자체는 흔한 시공이라 하자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에어컨을 켜는 동안 그 자리는 계속 젖어 있게 되니, 원래 관리가 필요한 자리가 하나 생긴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행히 곰팡이보다 훨씬 쉽게 지워집니다. 욕실 세정제나 묽게 탄 락스를 뿌리고 잠깐 두었다가 문지르면 색이 빠집니다. 대신 며칠에서 두어 주면 다시 올라오니 없애는 개념보다 주기적으로 닦는 자리로 생각하시는 게 마음이 편합니다. 닦은 뒤 마른 걸레로 물기를 걷어 내는 게 사실 제일 중요합니다.
덜 생기게 하려면 에어컨 쪽을 손보는 게 효과가 좋습니다. 끄기 전에 송풍으로 십분에서 삼십분 돌려 안쪽을 말려 주고 필터를 주기적으로 씻어 주면, 흘러나오는 물 자체가 덜 더러워집니다. 이건 에어컨에서 나는 쿰쿰한 냄새에도 같이 도움이 됩니다.
한 가지만 더 보세요. 그 관 입구에서 하수 냄새가 올라오거나 날벌레가 나온다면 그건 다른 문제라 집주인께 말씀드릴 일입니다. 그런 게 없다면 첫 자취에 놀라실 만한 상황이긴 해도 집 하자라기보다는 청소 주기 문제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