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위에 달면 감기 걸릴까 걱정하시는데, 사실 기준은 침대 위냐 아니냐가 아닙니다. 누워 있는 사람 몸에 바람이 직선으로 꽂히느냐가 전부예요. 벽걸이 에어컨은 아래로 뿜는 게 아니라 앞으로 길게 밀어내는 구조라서, 침대 머리맡 벽 위쪽에 달면 바람이 몸을 지나 방 반대편으로 흘러갑니다.
오히려 위험한 건 침대를 정면으로 마주 보는 벽에 다는 경우입니다. 그러면 자는 내내 찬바람이 얼굴과 가슴에 직접 꽂혀요. 그래서 침대 쪽 벽 위가 후보라면 그건 나쁜 자리가 아니라 오히려 괜찮은 자리일 수 있습니다.
물어보신 전선을 엘 자로 꺾어 콘센트까지 끌고 가는 방법은 권하지 않습니다. 에어컨은 단독 콘센트에 직접 꽂는 게 원칙이고, 코드를 벽 모서리에서 꺾어 늘여 빼면 그 지점 피복이 눌리면서 상하고 접점에서 열이 납니다. 자리를 정하셨으면 콘센트를 그 자리로 옮기거나 새로 하나 빼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천구백구십사년 입주 아파트라고 하신 부분이 이 질문에서 제일 중요합니다. 그 시기 아파트는 에어컨 전용 회선이 따로 없는 경우가 많아요. 방 콘센트가 다른 방과 같은 차단기에 물려 있으면 에어컨을 켤 때마다 차단기가 떨어지거나, 떨어지지 않더라도 오래된 배선이 계속 뜨거워집니다.
그러니 설치 전에 현관 쪽 분전반을 열어 에어컨이라고 적힌 차단기가 따로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없다면 전용 회선을 새로 빼는 공사를 함께 하시는 게 안전합니다. 구축에서 여름마다 차단기가 내려간다는 집들이 대부분 이 부분을 건너뛴 경우입니다.
이 베이 구축이라 실외기 놓을 자리와 배관 구멍도 생각보다 선택지가 좁습니다. 이미 뚫려 있는 구멍이 있는지, 실외기를 어디에 세울지가 사실상 본체 위치를 결정해버립니다. 없던 자리에 새로 구멍을 뚫으려면 관리사무소 확인이 필요한 단지도 있으니 미리 물어보시는 게 좋습니다.
정리하면 자리를 정하는 순서는 실외기와 배관 구멍이 첫째, 전용 회선이 둘째, 바람 방향이 셋째이고 콘센트 위치는 맨 마지막입니다. 설치 기사분 실측 방문 때 이 세 가지를 한 번에 봐달라고 하시면 고민이 훨씬 빨리 정리되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