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마취(spinal anesthesia)가 감각과 운동신경뿐 아니라 교감신경까지 차단하는 이유는 국소마취제가 척수강 내에서 신경 섬유의 굵기와 무수초 여부에 따라 차단되는 순서와 정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교감신경 절전섬유(preganglionic sympathetic fiber)는 B섬유로 가늘고 무수초에 가까워 국소마취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실제 차단되는 피부분절(dermatome) 범위는 감각 차단보다 위로 두 단계, 운동 차단보다는 훨씬 넓게 올라갑니다. 흉추 1번에서 4번 사이(T1-T4)에서 나오는 심장 가속신경까지 차단 범위에 포함되면 심박수 저하까지 겹치는데, 이 사례처럼 기저질환이나 복용 약이 없는 30대 남성이라면 그 부분은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닙니다.
교감신경 긴장도가 사라지면 혈관 평활근이 본래 갖고 있던 안정 시 수축 상태를 잃고 이완되는데, 이는 정맥에서 특히 두드러집니다. 정맥은 전신 혈액량의 상당 부분을 담아두는 용량혈관(capacitance vessel)이라 이완되면 혈액이 하지와 내장 정맥총에 고이면서 심장으로 돌아오는 정맥환류(venous return)가 줄어듭니다. 프랭크-스탈링 법칙(Frank-Starling law)에 따라 심장으로 들어오는 전부하(preload)가 줄면 일회박출량이 감소하고, 여기에 동맥 쪽 말초혈관저항까지 낮아지면서 심박출량과 혈압이 함께 떨어지는 두 가지 기전이 겹치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혈압이 떨어질 때 압반사(baroreflex)가 작동해 교감신경을 더 자극하고 심박수를 올려 보상하지만, 척추마취 시에는 그 보상 경로 자체가 차단돼 있어 저혈압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며, 이 때문에 임상에서는 마취 직후 수액을 미리 투여하거나 페닐에프린 같은 혈관수축제를 대기시켜 놓는 것이 표준적인 대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