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완강한바다사자135
이어폰 줄은 가방 안에서 왜 항상 더 엉켜서 나오는 걸까요?
주머니나 가방에서 그냥 넣어놨을 뿐인데 꺼내면 항상 꼬여 있는 게 신기하면서도 답답해요. 단순 우연이 아니라 이런 현상이 자주 생기는 이유가 따로 있는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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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수민 전문가입니다.
단순 우연이 아니라 짚으신 게 맞아요. 줄이 엉키는 데는 분명한 수학적, 물리적 이유가 있고, 심지어 과학자들이 실제로 연구한 주제이기도 해요.
핵심은 매듭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데 있어요. 줄이 가지런히 펴진 상태는 사실상 딱 한 가지뿐이에요. 반면 어딘가 꼬이고 엉킨 상태는 셀 수 없이 많아요. 줄이 가방 안에서 흔들리며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면 확률적으로 펴진 한 가지 상태보다 엉킨 수많은 상태 중 하나로 가게 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거예요. 자연은 질서 있는 상태보다 무질서한 상태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는데, 줄 엉킴이 딱 그 사례랍니다.
여기에 이어폰 줄만의 특성이 엉킴을 부추겨요. 이어폰 줄은 적당히 길고 가늘면서 잘 휘어지잖아요. 실제 실험에서 줄이 어느 정도 길이를 넘어가면 매듭이 생길 확률이 급격히 올라간다는 게 확인됐어요. 너무 짧으면 꼬일 여유가 없고, 충분히 길어야 줄 끝이 다른 부분 아래로 파고들어 고리를 만들 수 있거든요. 이어폰 줄은 딱 매듭이 잘 생기는 길이대인 거예요.
엉킴이 만들어지는 실제 과정도 흥미로워요. 매듭이 생기려면 줄의 끝부분이 중간에 생긴 고리 사이로 통과해야 해요. 가방 안에서 걸을 때마다 생기는 진동과 흔들림이 줄을 계속 움직이게 하는데, 이 움직임이 줄 끝을 고리 안으로 밀어 넣는 역할을 해요. 한 번 통과하면 매듭의 씨앗이 생기고, 흔들림이 반복되면서 이 씨앗이 점점 단단하게 조여지는 거예요. 가방을 오래 들고 다닐수록, 많이 움직일수록 엉킴이 심해지는 게 이 때문이에요.
곡선으로 잘 휘는 성질도 한몫해요. 뻣뻣한 막대기는 아무리 흔들어도 안 엉키지만, 이어폰 줄처럼 유연한 건 자기 자신 위로 쉽게 겹쳐지거든요. 겹쳐진 부분이 고리가 되고 그 사이로 다른 부분이 지나가면서 매듭이 완성되는 거예요.
그래서 엉킴을 막으려면 줄이 자유롭게 움직일 여지를 없애주는 게 핵심이에요. 둥글게 감아서 묶어두거나 케이스에 넣으면 줄 끝이 고리 사이로 파고들 공간이 사라져서 엉킴이 확 줄어들어요. 요즘 무선 이어폰이 인기인 데는 음질이나 편의성도 있지만 이 지긋지긋한 엉킴에서 해방된다는 이유도 꽤 클 거예요. 엉킨 줄을 푸는 그 답답함은 사실 확률과 물리 법칙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결과였던 셈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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