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절대 섞일 수 없는 기름과 식초를 부드러운 크림 상태로 묶어주는 비밀은 달걀노른자 속에 들어 있는 천연 유화제 레시틴에 있습니다. 이 현상은 화학적으로 유화 작용이라 불리며, 그 구체적인 원리를 설명해 드릴게요.
극성이 식초와 비극성인 식용유는 서로 밀어내는 성질 때문에 아무리 섞어도 시간이 지나면 표면적을 줄이기 위해 기름이 위로 둥둥 떠오르며 층이 분리됩니다. 하지만, 달걀노른자 전체 질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레시틴은 독특하게 한 분자 안에 두 가지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는 양친매성 분자입니다. 식초와 노른자가 든 용기에 기름을 조금씩 넣어가며 격렬하게 저어주면 물리적인 힘에 의해 덩어리져 있던 기름이 수억 개의 미세한 방울로 잘게 쪼개집니다. 쪼개진 기름 방울 주위로 레시틴 분자들이 쏜살같이 달려듭니다. 레시틴의 친유성 다리는 기름 방울 안쪽으로 콕콕 박히고, 친수성 머리는 바깥쪽을 향해 해바라기처럼 펼쳐집니다. 레시틴 보호막 덕분에 기름 방울의 겉면이 물과 친한 성질로 바뀌면서, 기름 방울끼리 다시 합쳐지지 않고 식초 수용액 속에 정돈된 상태로 떠 있게 됩니다. 수많은 미세 기름 방울들이 식초 속에 빽빽하게 갇히면서 입자끼리 서로 찰지게 비벼지고, 이 때문에 액체 상태였던 재료들이 순식간에 걸쭉하고 부드러운 수중유적형 에멀전 형태의 마요네즈로 재탄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