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연탄이나 숯이 탈 때 발생하는 일산화탄소가 체내 산소 운반을 차단하는 원리는 화학적 친화력의 차이와 헤모글로빈의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됩니다.
적혈구 속에 있는 헤모글로빈은 중심에 철 이온을 포함한 헴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평소에는 이 철 이온에 산소를 결합해 온몸의 조직과 세포로 운반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일산화탄소는 산소에 비해 헤모글로빈의 철 이온과 결합하려는 성질이 약 200배에서 250배 정도로 압도적으로 강합니다. 따라서 공기 중에 일산화탄소가 존재하면 헤모글로빈은 산소 대신 일산화탄소와 최우선으로 결합하여 카르복시헤모글로빈을 형성하게 됩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산화탄소가 결합하면서 일어나는 헤모글로빈의 구조적 변형입니다. 하나의 헤모글로빈 분자는 총 네 개의 결합 자리를 가집니다. 이 중 일부 자리에 일산화탄소가 결합하면 전체 입체 구조가 바뀌면서, 나머지 자리에 붙어 있던 산소들이 철 이온과 필요 이상으로 단단하게 맞물리게 됩니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혈액이 산소가 부족한 조직에 도달했을 때 산소를 분리해 공급해 주어야 하지만, 구조가 변해버린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꽉 움켜쥔 채 세포에 나누어주지 못합니다.
결과적으로 일산화탄소는 산소가 헤모글로빈과 결합하는 것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이미 결합해 있던 산소마저 조직으로 방출되지 못하게 묶어버립니다. 이로 인해 혈액 속에 산소가 흐르고 있어도 정작 장기와 세포는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체내 질식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