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지 않더라고요,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요.
사막여우같이 어여쁜, 처음 키우게 된 아이였어요.
중학생 시절에, 시험공부가 한창이던 어느 날에
어머니가 외출하고 돌아오신 품 안에 데리고 온
작고 바들바들 떠는 갈색빛 털뭉치를 아직 기억해요.
신기할 정도로 사람 말을 잘 알아듣고,
겁이 많아서 새로운 물건을 들일때마다
적응하는데만 꼬박 반 년이 걸리던 아이였어요.
그런데 이제 볼 수가 없어요,
더운 여름 날에 가족이 입원해 병문안을 가야해서
차에 창문을 열어두고 혼자 둔 그날 이후로요.
몇 번이고 생각나요.
하필 그 날 병문안을 갔어야 했을까,
1시간만.. 10분만 빨리 돌아왔어도 살았을까,
하다못해 나라도 차에 같이 남았으면 잃지 않았을까.
후회해도 돌아오진 않더라고요.
집에 남은 흔적을 볼 때마다 생각나고,
부모님은 생전에 그 애가 좋아하던 간식을
저녁마다 창가에 올려두곤 했어요.
그런데, 그게 이제는 먼 과거가 되어버렸더라고요.
지금도 여전히 기억해요.
그 아이가 있던 자리, 잠버릇, 사고 쳤던 일들..
여전히 기억하는데,
기억할때마다 아프진 않아요.
시간이 해결해준거라는 흔한 말은 잘 모르겠어요.
전 사실 처음 그 애가 강아지 별로 떠난 그 날에,
그 아이가 죽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거든요.
지금까지도 믿기지가 않아요, 현실감이 없달지..
당장에라도 그 아이가 자던 집을 들여다보면,
까만 눈이 저랑 눈을 마주칠 것만 같다고 생각해요.
그냥.. 기억하며 살아가게 되어버렸어요.
지금은 제 곁에 그 아이가 아닌 다른 두 아이가 있어요.
그 아이 못잖게 겁이 많은 아이랑,
그 아이랑 다르게 사람도 강아지도 좋아하는 아이요.
여전히 잊지 못했지만..
여전히 기억하기에 이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요.
그 아이에게 더 잘해준 것도 생각나요.
그 아이에게 더 못해준 것도 생각나요.
그래서 더 잊지 않으려고 해요.
질문자님도 잊으려고 힘들게 그 아이를 지우지 마세요.
슬퍼하셔도 괜찮아요,
몇 날 며칠을 울음으로 지세워도 괜찮아요.
다만 살아만 주세요.
이 세상에 그 아이를 기억해줄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 아이에게 질문자님이 자신의 세상이었던 만큼,
질문자님이라는 세상이 무너지길 바라진 않을거에요.
먼저 떠난 그 아이의 세상이 행복한 세상이 되도록,
그리고 먼 미래에 그 아이를 다시 만나게 될 날에..
행복한 이야기를 가득 안고서 들려줄 수 있도록...
무너지지 말고, 기억하면서, 살아가주세요.
저도 질문자님이 언젠가 그 아이와의 기억을...
웃으면서 떠올릴 수 있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