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수민 전문가입니다.
질문에서 정확히 짚으셨는데, 두드릴 때 금속의 결정 구조가 실제로 바뀌고 그게 성질을 바꿔요. 금속 내부는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줄지어 쌓인 결정 알갱이들이 모여 있는데, 이 원자층들이 서로 미끄러지면서 모양이 변해요. 그런데 완벽하게 정렬된 게 아니라 곳곳에 원자 배열이 어긋난 결함이 있어서, 두드리면 이 어긋난 자리가 이동하며 변형이 일어나요.
문제는 두드릴수록 이 결함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거예요. 처음엔 결함이 매끄럽게 움직이며 모양이 잘 잡히지만, 결함끼리 서로 뒤엉키기 시작하면 더 이상 원자층이 미끄러지기 어려워져요. 실이 엉키면 잡아당겨도 안 풀리는 것처럼요. 그래서 금속이 단단해지고 변형에 저항하는데, 이걸 가공경화라고 불러요. 대신 유연함을 잃어서 계속 두드리면 어느 순간 금이 가고 부러지죠. 철사를 반복해서 구부리면 딱딱해지다가 결국 끊어지는 게 이 현상이에요.
그래서 대장장이가 두드리다가 불에 넣기를 반복하는 거예요. 열을 가하면 원자들이 활발히 움직이면서 엉킨 결함이 풀리고 결정이 새로 정돈돼요. 굳어진 금속이 다시 부드러워지니 또 두드릴 수 있게 되는 거죠. 두드림으로 굳히고 불로 풀어주는 이 반복이 칼 만드는 기술의 포인트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