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에 어긋나 보이지만, 정확도를 정하는 건 전체 인구의 크기가 아니라 표본의 크기입니다. 이 한 문장이 핵심이에요.
비유를 하나 들어볼게요. 국을 끓이고 간을 볼 때 한 숟가락만 떠서 맛을 봅니다. 냄비가 크든 작든 한 숟가락이면 충분하죠. 대신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국을 잘 저어야 한다는 겁니다. 안 저으면 위쪽만 싱겁게 나와요. 여론조사에서 이 젓는 과정에 해당하는 게 바로 무작위 추출입니다.
숫자로 보면 더 분명합니다. 오차범위는 대략 표본 수의 제곱근에 반비례합니다. 천 명이면 오차가 약 삼 퍼센트, 사천 명이면 그 절반인 일점오 퍼센트가 됩니다. 여기 어디에도 전체 인구수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인구가 오천만이든 삼억이든 천 명을 뽑으면 오차는 같아요. 그래서 미국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규모로 조사합니다.
정확도를 두 배로 올리려면 표본을 네 배로 늘려야 하는데 비용도 네 배가 듭니다. 천 명이 표준처럼 자리잡은 건 이 지점이 가성비가 가장 낫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조사 결과를 보실 때 정말 봐야 할 건 표본 수보다 어떻게 뽑았는지입니다. 전화를 잘 안 받는 사람들이 특정 성향으로 쏠려 있거나, 응답률이 너무 낮거나, 질문 문구가 한쪽으로 기울어 있으면 표본을 아무리 늘려도 결과가 틀어집니다. 크게 빗나갔던 여론조사들은 대부분 표본이 적어서가 아니라 이쪽 문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