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해주신 상황, 즉 두꺼운 구간이 통과하는 순간 찢어지는 느낌과 함께 출혈이 있었고, 이후 통증이 심하지 않으면서 출혈이 빠르게 멈춘 양상은 항문관 점막의 열상, 특히 항문 점막이나 항문관 내벽의 작은 찰과상 내지 열상(이급성 항문 열상, anal fissure 또는 mucosal tear)에 가장 부합합니다. 직장 천공(perforation)을 걱정하시는 부분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실제 천공이 발생했을 경우의 임상 양상과는 차이가 있어서 이 부분을 짚어드리고 싶습니다.
직장이나 결장의 천공은 장벽 전체 층이 손상되어 장 내용물이나 공기가 복강 또는 골반 내로 새어나가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 경우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특히 움직이거나 누를 때 복부 전체로 퍼지는 듯한 통증이 나타납니다. 또한 발열, 오한, 메스꺼움이나 구토가 동반되고, 배가 단단해지면서 누르면 반사적으로 더 아픈 복막 자극 증상이 나타나는 게 일반적입니다. 출혈이 멈춘 후 별다른 통증 없이 안정된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면, 이런 천공의 임상 경과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촬영하셨을 때 직장 바로 안쪽이 부어있는 것처럼 보이셨다는 부분은, 손상 직후 점막에 부종이나 작은 혈종이 생기면서 평소보다 도드라져 보이는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점막은 혈류가 풍부한 조직이라 작은 손상에도 부어오르는 반응이 비교적 빠르게 나타나거든요.
지금 단계에서 응급실로 가야 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입니다만, 앞으로 몇 시간에서 하루 이틀 동안 다음과 같은 신호가 나타나는지는 살펴보셔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점점 심해지거나 복부 전체로 퍼지는 느낌, 발열, 오한, 메스꺼움이나 구토, 배가 단단해지고 누르면 아픈 느낌, 또는 출혈이 다시 시작되거나 양이 늘어나는 경우입니다. 이런 증상이 동반된다면 그건 좀 더 깊은 손상의 가능성을 시사하므로 바로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그런 증상 없이 현재 상태가 유지된다면, 앞으로 며칠간은 해당 부위에 자극을 주는 행위를 완전히 중단하시고, 좌욕은 하루 한두 번 정도 따뜻한 물로 계속해주시는 게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변비가 생기면 배변 시 다시 자극이 갈 수 있으니, 수분과 식이섬유 섭취를 충분히 해서 변을 무르게 유지하시는 것도 중요합니다. 후시딘 같은 항생제 연고를 겉에 바르신 건 이차 감염 예방 측면에서 적절한 조치였습니다. 다만 통증 없이 출혈만 멈췄다고 해서 안쪽 점막 손상이 완전히 없다고 단정하긴 어려우므로, 며칠 내 호전 양상이 보이지 않거나 위에서 말씀드린 경고 신호가 나타나면 대장항문외과 진료를 받아보시는 걸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