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 착용 후 만족도가 낮으신 이유가 바로 청력도 패턴에 있습니다. 저주파는 들리는데 고주파가 고도난청인 스키슬로프형(ski-slope) 청력 손실은 보청기로 보상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고주파 영역을 충분히 증폭해도 달팽이관(cochlea) 자체의 유모세포가 손상된 영역에서는 신호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보청기가 엄청 잘 들리는 건 아니라고 느끼신 게 착용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이 구조적 한계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공와우(cochlear implant)는 손상된 유모세포를 우회해서 청신경을 직접 전기적으로 자극하는 방식입니다. 고주파 고도난청에서 보청기 효과가 불충분할 때 고려하는 다음 단계가 맞습니다. 다만 한쪽 귀만 난청이고 반대쪽 귀가 정상이라면, 국내 건강보험 급여 기준상 양측 고도난청이 아닌 경우 급여 적용이 제한될 수 있어서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게 현실입니다.
결정 전에 확인하셔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현재 청력 손실이 안정된 상태인지, 아니면 아직 변동 중인지가 중요합니다. 돌발성 난청 이후 시간 경과에 따라 청력이 더 떨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3개월에서 6개월 간격으로 청력 검사를 추적해서 안정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게 순서입니다. 또한 보청기를 현재 고주파 손실에 맞게 정밀 피팅을 받으셨는지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보청기 전문 청각사에게 정밀 피팅을 받은 후에도 효과가 불충분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인공와우를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게 합리적인 순서입니다.
인공와우 수술을 결정하신다면 이식 후 재활 훈련이 필수적이고, 소리에 적응하는 데 수개월이 걸린다는 점도 감안하셔야 합니다. 이비인후과 중에서도 인공와우 전문 센터에서 상담을 받으시면 현재 청력 상태와 생활 불편 정도를 종합해서 더 구체적인 방향을 잡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