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설탕만 넣고 가열할 때 진한 갈색과 달콤쌉싸름한 풍미가 만들어지는 현상은 대표적인 비효소적 갈변 반응인 캐러멜화입니다. 고기를 구울 때 일어나는 마이야르 반응과 달리, 캐러멜화는 단백질의 개입 없이 오직 당 분자가 높은 열에 의해 스스로 열분해되고 구조가 재편성되는 화학 반응입니다. 캐러멜화가 일어나는 과정을 설명해 드릴게요.
단단했던 무색 무취의 설탕 결정이 열을 받아 녹으면서 투명한 액체가 됩니다. 약 160도 이상에 도달하면 결합이 깨지면서 자당이 포도당과 과당이라는 개별 당 분자로 쪼개지고, 온도가 더 올라가면 당 분자 내부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는 탈수 반응이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당 분자 사슬이 잘게 부서지며 공기 중으로 잘 날아가는 디아세틸, 퓨란, 에틸아세테이트 및 엠톨 같은 휘발성 향기 화합물이 만들어집니다. 잘게 쪼개졌던 중간 생성물들이 다시 서로 복잡하게 결합하면서 분자량이 큰 고분자 물질들을 합성해 냅니다. 이 고분자 물질들이 점성을 만들고 색은 짙은 갈색으로 변하게 됩니다.
가열 시간이 길어질수록 원래 설탕이 가지고 있던 단순한 '단맛'의 당 분자 비율은 점점 줄어들고, 그 자리를 탄화 부산물과 탄소 사슬 구조인 캐러멜린 및 여러 유기산 물질들이 채우게 되면서, 단순했던 단맛에 깊은 복합성, 쌉싸름한 맛, 그리고 살짝 탄 듯한 풍미가 더해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