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시로 사람 형체 혹은 귀신이 보입니다

성별

남성

나이대

30대

기저질환

우울증

복용중인 약

이소트레티노인

증상을 연도 순으로 말씀 드릴게요

언제부터 이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상함을 느낀 건 5~6년 넘은 것 같아요 그래서 이걸 기준으로 대략적으로 계산을 해볼게요

▶ 20년~23년

주변인에게 귀신같은 걸 본다는 얘기를 했어요

밤에 산책할 때 제 옆쪽 시야로 정차된 차량에서 40대 중후반~50대 정도 되는 아버님이 운전석에서 저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환시를 계속 봤어요 그 쪽을 바라보면 사라져있구요

인상과 나이대가 제 친아버지랑 비슷했고 하도 몇 년간 봐서 몽타주를 그려낼 수 있을 정도였어요

1년 정도 본 이후론 적응이 되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구요 중간에는 그 아버님이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기 나타나기도 했어요 겨울에 노란색 줄무늬 난방을 입고 나타난다던가 여름에 외투까지 챙겨입었다던가요 마치 자기가 귀신인 걸 티내고 싶어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 24년~25년

제가 우울증에 걸려서 치료를 받았어요 병원과 상담소를 병행했고 약도 먹고 상담소에서 설문지 검사를 진행어요 설문지 결과는 우울과 조현 증상 항목의 점수가 기준치를 넘었었어요 자살 생각도 많이 했었지만 상상만 하고 계획을 세우진 않았어요

  • 사람들이 절 싫어할거라 생각했어요 봉사활동 단체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이 나에게 화를 내네? 아 저 사람이 나를 쫓아내고 싶어하는 구나? 내가 싫은거지? 또는 그 나중에 사람이 칭찬을 해줘도 그 칭찬이 진심일까? 잘했다고? 이게? 립서비스 하는구나 하고 의심했어요

  • 밤에 길을 걸을 때 뒤에 어떤 아저씨가 있으면 저 사람이 내 등을 칼로 찌르고 도망갈 것 같아

  • 대낮에 인도를 걷고 있는데 하얀색 SUV차량이 핸들을 꺾어서 나한테 돌진할 것 같아

  • 버스를 타면 사고가 나거나 전복되는 일이 일어나진 않을까?

▶ 26년

지금은 위와 같은 조현병 같은 증상은 없어졌고 수년 간 보이던 아버님도 안 보여요

환청은 예전부터 아예 없었어요

우울증은 다시 재발하려는 것 같아요

근데 여전히 주변시로 어떤 사물이 서있다거나 조금이라도 사람 모양으로 구멍이 뚫려있는 배경을 보면 사람, 사람같은 형체, 귀신같은 형체가 가끔 보여요

  • 세상 사람들은 아무도 내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잔혹한 세상이다

  • 일에 대한 의욕이 없어요 나는 왜 살지? 뭘 해야 좋지? 근데 뭘 한다고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

  • 사람들과 잘 지낼 자신이 없고 사회와 단절되고 싶다 내가 연애를 한다는 게 상상이 되지 않고 만약 이 상태로 아이를 낳는다면 부모의 도리를 거의 못할 것 같다

  • 우울증이 재발하려는 것 같아서 너무 싫다 소속된 단체(회사, 봉사단체, 모임 등)를 다 정리하고 자유로워지고 싶다.

이게 조현병 증상일까요? 병원을 가봐야 할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1개의 답변이 있어요!

  • 지금 많이 힘드신 것 같습니다. 글 전체에서 느껴집니다.

    "나는 왜 살지", "뭘 한들 무슨 의미가 있지"라고 쓰신 부분이 마음에 걸립니다. 지금 이 생각이 얼마나 강하게 드는지 모르겠지만, 힘들 때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마시고 정신건강 위기상담 전화 1577-0199로 연락하실 수 있습니다. 24시간 운영합니다.

    의학적으로 말씀드리면, 지금 복용 중인 이소트레티노인이 중요한 변수입니다. 이 약은 여드름 치료에 쓰이는 레티노이드 계열인데, 우울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가 지속적으로 있어왔습니다. 기전이 완전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뇌 내 세로토닌 경로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들이 있고, 이미 우울증이 있는 분께는 특히 주의가 필요한 약입니다. 우울증 재발 조짐이 보이는 지금, 이소트레티노인 복용을 처방한 피부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양쪽 모두에 이 상황을 알려야 합니다.

    주변시로 보이는 환시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말씀하신 증상의 패턴이 조현병의 전형적인 양상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조현병의 핵심 환각은 환청이 압도적으로 많고, 환시가 있더라도 보통 중심 시야에 나타납니다. 반면 주변시에 사람 형체나 귀신처럼 보이는 현상은 극도로 예민해진 신경계가 시각 자극을 과잉 해석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안이 높거나 수면이 불규칙하거나 만성 스트레스 상태일 때 이런 지각 왜곡이 동반되기도 하고요.

    과거 편집적 사고들, 즉 뒤의 사람이 칼을 들 것 같다거나 차가 돌진할 것 같다는 느낌들도 조현병보다는 불안장애와 우울증이 겹친 상태에서 나타나는 과각성 패턴에 더 가깝습니다. 통찰력이 유지된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설문지에서 조현 항목 점수가 높게 나온 건 진단이 아니라 그 시기의 증상 부하를 반영한 것입니다.

    그래도 지금 병원을 가봐야 하느냐고 물으신다면, 가셔야 합니다. 우울증이 재발하려는 신호가 여러 개 보이고, 이소트레티노인 복용 중이고, 삶에 대한 의미를 잃어가는 느낌이 있는 지금은 혼자 버티는 시기가 아닙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현재 상태를 다시 평가받으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