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이라는 긴 경과를 가진 만성 항문 열상(chronic anal fissure)으로 보입니다. 처음에는 급성 열상으로 시작했지만, 반복적인 재발과 불완전한 치유가 누적되면서 만성화된 전형적인 경과입니다. 만성 열상은 단순히 "찢어진 상처"가 오래된 것이 아니라, 내괄약근의 과긴장 → 혈류 감소 → 치유 불량이라는 악순환 구조가 고착된 상태입니다. 대장내시경에서 이상이 없다는 점은 출혈의 원인이 항문관 내로 국한됨을 뒷받침하므로, 현재 설명하신 임상 양상과 잘 부합합니다.
담당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검사는 배변조영술(defecography) 또는 항문직장 내압 검사(anorectal manometry)로, 배변 시 항문직장의 기능적 이상(예: 골반저 이완 불전, 역설적 괄약근 수축)을 평가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 검사가 만성 열상의 원인을 찾는 데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국소 치료만 해서는 기능적 원인이 교정되지 않으면 재발을 반복하기 때문입니다. 검사가 불편하게 느껴지시는 것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가능하다면 항문직장 내압 검사만이라도 먼저 시도해 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이 검사는 배변조영술에 비해 비교적 덜 불편하며, 괄약근 과긴장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치료는 단계적으로 접근합니다. 1단계는 보존적 치료로, 고섬유식이와 충분한 수분 섭취, 좌욕(온수, 하루 2회에서 3회)을 병행하는 것입니다. 2단계는 국소 약물 치료로, 니트로글리세린 연고(0.2%)나 딜티아젬 연고(2%)가 내괄약근 압력을 낮추어 혈류를 회복시키는 데 효과적이며, 현재 국내에서도 처방이 가능합니다. 3단계는 보톡스(보툴리눔 독소) 괄약근 주사로,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만성 열상에 효과적이며 수술 없이 시행할 수 있습니다. 4단계는 수술적 치료로, 내괄약근 측방 절개술(lateral internal sphincterotomy)이 표준 술식이지만, 소변 실금 등 괄약근 기능 저하의 위험이 있어 다른 치료에 먼저 반응하지 않을 때 고려합니다.
현재 상태로 장기간 방치할 경우 우려되는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반복 출혈에 의한 철결핍성 빈혈이 서서히 진행될 수 있으므로 간헐적인 혈색소 확인이 필요합니다. 둘째, 만성 열상 부위가 감염되거나 섬유화가 심해지면 치루나 항문 협착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치료 방법이 없다"는 표현은 완전한 사실이 아니며, 단계적 치료에 응하지 않을 경우의 현실적 전망을 말씀하신 것으로 이해됩니다. 니트로글리세린 또는 딜티아젬 연고 처방부터 시작해 보시고, 반응이 없으면 보톡스 주사를 고려해 보시도록 담당 선생님과 다시 상담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