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상담
해리성 인격분리 장애에 대해 궁금한게 있습니다.
성별
남성
나이대
30대
저랑 관련된건 아니고 워낙 특이한 장애다보니 궁금한게 있어서 질문드립니다.
해리성 인격분리 장애 있잖아요.
tv보니까 한 남자의 인격이 바디빌딩하는 테토남과 여장하는 여자로 인격이 나뉘던데, 여장할떄는 가발도 쓰고 그러잖아.
그럼 처음 이 사람이 여자 인격이 발현되었을 때, 가발과 여자옷을 사러갈때까지는 어떻게 버텼던 건가요? 자신이 남자의 몸과 헤어스타일을 지니고 있는걸 알고있었을텐데말이죠.
1개의 답변이 있어요!
질문하신 부분은 해리성 정체감 장애(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 DID)에 대해 흔히 생기는 오해와 관련이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TV에서 묘사되는 장면은 실제 임상 양상과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병태생리부터 정리하면, 해리성 정체감 장애는 어린 시절의 반복적이고 중대한 외상(특히 학대)에 대한 방어기제로 자아 기능이 통합되지 못하고 분절된 상태로 고착된 질환입니다. 흔히 말하는 “여러 인격이 번갈아 등장한다”는 표현은 비유적 설명에 가깝고, 실제로는 기억, 정체감, 감정 조절의 단절이 핵심입니다.
임상적으로 중요한 점은, 대부분의 환자는 자신에게 “다른 인격이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 채 오랜 기간을 보낸다는 것입니다. 인격 전환 시에는 기억 공백(amnesia)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전환 상태에서의 행동을 이후에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왜 이런 물건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인지합니다. 따라서 질문하신 것처럼 “여자 인격이 처음 나타났을 때 남성의 외형을 인식하고 버텼다”는 식의 연속적·논리적 의사결정 과정은 실제와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가발이나 여성 의복을 구입하는 행위는 보통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설명됩니다. 특정 정체 상태(alter)가 활성화된 동안 해당 행동을 수행하고, 이후 주된 정체 상태로 돌아왔을 때 그 과정에 대한 기억이 없거나 단편적입니다. 즉, “버텼다”기보다는 인격 전환 상태에서 행동이 이루어지고, 나중에 그 결과만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환자에서는 기억이 완전히 끊기지 않고 흐릿하게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TV에서 나오는 “근육질 남성 인격 vs 여장 여성 인격” 같은 설정은 극적 효과를 위해 과장된 사례입니다. 실제 해리성 정체감 장애에서 성별 표현, 복장, 말투 차이가 나타날 수는 있으나, 이렇게 명확하고 연출된 대비는 드뭅니다. 많은 환자들은 외부에서 보기에는 우울증, 불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처럼 보이며, 해리 증상이 미묘하게 나타납니다.
정리하면, 질문하신 상황은 현실의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 아니라, 기억 공백과 정체감 단절이라는 핵심 기전을 단순화·극화한 미디어적 표현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습니다.
참고 문헌으로는 DSM-5-TR, Kaplan & Sadock’s Synopsis of Psychiatry, 그리고 Brand et al.,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리뷰 논문들이 표준적인 근거로 사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