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장시간 물속에 있을 때 손가락 끝에 주름이 잡히는 원인은 삼투압 현상이 아니라, 자율신경계의 조절에 따른 미세 혈관 수축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피부의 가장 겉층이 물을 흡수해 부풀어 오르는 삼투압 현상으로 알려졌으나, 현재는 신경계가 작동하는 능동적 생리 반응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자세히 설명해 드릴게요.
손가락이 물에 오랫동안 잠겨 있으면 피부 속 신경이 이를 감지해 자율신경계에 신호를 보내고, 신호를 받은 자율신경계는 손가락 끝 피부 아래에 있는 미세 혈관을 수축시킵니다. 혈관이 좁아지면서 손가락 내부의 혈액량이 줄어들고 전체적인 부피가 감소합니다. 내부 부피는 줄어들지만 겉 피부의 면적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겉 피부가 안쪽으로 당겨지면서 자글자글한 주름이 형성됩니다. 실제로 신경이 손상된 손가락은 물속에 오래 담가두어도 주름이 생기지 않습니다.
이 주름은 자동차 타이어의 홈과 동일한 역할을 합니다. 주름 사이의 골을 통해 손가락과 물체 사이의 물이 빠르게 빠져나가면서 마찰력이 높아집니다. 덕분에 인류는 젖은 환경이나 물속에서 물체를 잡거나 미끄러운 바위를 탈 때 손이 미끄러지지 않고 훨씬 강한 힘으로 쥘 수 있도록 진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