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분의 경우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familial hypercholesterolemia)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생활습관이 완벽한데도 수치가 높고 가족력이 있다는 조합이 전형적입니다.
정상적으로 간은 콜레스테롤을 만든 뒤, 혈액 속 콜레스테롤 양을 감지해서 스스로 생산량을 줄이는 피드백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감지 역할을 하는 게 간세포 표면의 LDL 수용체입니다. 혈액 속 LDL 콜레스테롤을 끌어당겨 간 안으로 회수하고, 충분히 쌓이면 간이 "이제 그만 만들어도 되겠다"는 신호를 받는 구조입니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이 LDL 수용체를 만드는 유전자에 변이가 생겨, 수용체가 부족하거나 기능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혈액 속에 LDL이 아무리 많아도 간이 이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니, 피드백이 작동하지 않고 간은 계속 콜레스테롤을 생산합니다. 식단이나 운동으로 해결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문제가 음식 섭취량이 아니라 간의 감지 시스템 자체에 있기 때문입니다.
스타틴 계열 약물이 이 경우에 필수인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스타틴은 간의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동시에 LDL 수용체 수를 늘려주어, 고장난 피드백을 약으로 보완하는 원리입니다. 생활습관 관리를 잘 하면서 약을 병행하는 게 맞는 접근이고, 약을 먹는다고 해서 관리를 소홀히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가족력이 있다면 직계 가족도 콜레스테롤 검사를 한 번 받아보는 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