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를 갈았는데도 난다는 게 오히려 힌트예요. 냄새의 출처가 필터가 아니라는 뜻이거든요. 필터는 냄새를 만드는 부품이 아니라 통과시키는 부품이라, 그 앞단 어딘가에 젖은 유기물이 남아 있는 겁니다.
가장 흔한 자리는 먼지통과 뚜껑 사이 고무 패킹입니다. 그 틈에 미세먼지와 습기가 껴서 마르지를 않아요. 먼지통은 비우기만 하고 안 씻는 분이 많은데, 패킹을 빼내서 따로 닦아야 합니다.
두 번째는 사이클론 원뿔 부분입니다. 먼지통 안쪽 원뿔에 얇은 기름때 같은 층이 끼는데, 이게 냄새의 주범인 경우가 많습니다. 제조사도 사이클론 유닛을 분리해서 물로 씻으라고 안내합니다.
세 번째는 헤드 브러시입니다. 머리카락과 털이 감기고 거기에 음식 부스러기나 습기가 섞이면 그 자체가 발효됩니다. 브러시를 빼서 감긴 걸 잘라내고 물로 씻어 완전히 말리세요. 물걸레 겸용이면 롤러와 물통도 같이요.
그리고 아주 흔한 실수 하나. 물로 씻은 필터를 덜 마른 채로 끼우면 그 안에서 곰팡이가 자랍니다. 씻으셨다면 그늘에서 스물네 시간 이상 완전히 말린 뒤에 넣으셔야 해요. 새 필터를 껴도 냄새가 났다면 앞단이 이미 오염된 상태라 그렇습니다.
순서를 정리하면 먼지통 패킹, 사이클론 원뿔, 헤드 브러시, 그다음이 필터입니다. 여기까지 다 했는데도 배기 구멍에서 계속 난다면 모터 앞쪽 프리필터 자리나 배기 통로에 습기가 찬 경우라, 그때는 서비스센터에서 분해 청소를 받으시는 게 빠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