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는 기사님 말씀이 맞습니다. 냉방만 쓰는 벽걸이 실외기에서는 물이 거의 나오지 않아서, 베란다 안에 두어도 배수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드뭅니다. 다만 소음보다 먼저 짚어보셔야 할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실외기는 방 안의 열을 퍼내서 바깥에 버리는 장치입니다. 그런데 그 열을 버리는 자리가 닫힌 베란다라면, 버린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그 공간에 그대로 쌓입니다.
열이 쌓이면 실외기가 빨아들이는 공기 온도가 올라가고, 그러면 냉방은 잘 안 되면서 전기는 더 먹습니다. 심하면 기계가 스스로 위험을 감지해서 잠시 멈추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구조에서는 에어컨을 켜는 동안 베란다 창문을 열어두는 게 선택이 아니라 조건이 됩니다.
창문과 마주 보는 쪽에 놓으시겠다는 계획 자체는 잘 잡으신 겁니다. 뜨거운 바람이 나가는 방향이 창밖을 향하게 되니까요. 반대로 벽을 보게 놓으면 자기가 뿜은 열을 다시 마시게 되어 가장 나쁜 배치가 됩니다.
이격 거리는 뒤쪽보다 앞쪽이 훨씬 중요합니다. 바람이 나가는 앞면은 최소 반 미터 이상 비워두시는 게 좋고, 공기를 빨아들이는 뒷면은 십 센티 정도면 충분합니다.
소음은 두 갈래로 나눠 보셔야 합니다. 기계가 내는 바람 소리와, 진동이 바닥을 타고 집 안으로 전해지는 소리입니다. 사람을 더 괴롭히는 쪽은 후자인데, 방진 고무패드를 깔면 상당히 줄어듭니다. 몇천 원짜리 부품이니 설치하실 때 꼭 넣어달라고 말씀하세요.
이제 배관을 거실 쪽으로 빼서 화단에 앵커로 고정하는 방안인데, 이건 요청한다고 되는 일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선 화단이 아파트 공용 부분이라면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 동의 없이는 구조물을 고정하실 수 없습니다. 나중에 철거 요구를 받으시면 설치비를 그대로 날리게 됩니다.
설치 기사도 현장에서 규정과 안전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타공 자체는 기본 설치에 들어가지만 위치와 개수에 제한이 있고, 배관이 길어지면 추가 요금과 냉매 보충이 따라옵니다. 배관이 길어질수록 냉방 효율도 조금씩 떨어집니다.
그래서 순서를 이렇게 잡으시길 권해드립니다. 주문하시기 전에 먼저 관리사무소에 화단 앵커 설치가 가능한지 확인하시고, 그다음 삼성전자서비스에 전화하셔서 설치 전 실측 방문을 요청하세요. 현장을 직접 본 기사가 가능 여부와 추가 비용을 알려주니, 그 답을 듣고 주문하셔도 전혀 늦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