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소주나 전통 증류주처럼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은 액체 표면에서 공기 중으로 날아가는 에탄올 기체의 양이 매우 높습니다. 만약 소주를 맥주잔처럼 큰 잔에 부어서 마신다면 코의 신경을 강하게 자극하여 거부감을 유발합니다. 잔의 표면적과 체적을 작게 만들어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알코올 증기량을 줄여야 통증 없이 부드럽게 마실 수 있습니다.
맥주는 알코올 도수가 낮아 에탄올 기체로 인한 자극이 거의 없습니다. 대신 맥주 속에는 용존 이산화탄소가 대량 녹아 있는데, 이 탄산 기포가 위로 올라오면서 홉의 에스테르나 몰트 향 같은 풍미 화합물을 공기 중으로 쏘아 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잔이 크고 공간이 넓어야 탄산 기포가 적절히 터지면서 거품 층을 형성하고, 풍미 성분을 잔 상단에 오랫동안 가두어 둘 수 있습니다.
또한, 알코올 함량이 높을수록 체온이나 외부 공기에 의해 액체의 온도가 훨씬 빠르게 올라갑니다. 고도수 술을 큰 잔에 두고 천천히 마시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역한 알코올 냄새와 쓴맛이 급격히 강해지므로, 작은 잔에 조금씩 따라 온도가 변하기 전에 소량씩 소비하는 것이 화학적으로 맛을 유지하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