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상담
크리스토퍼깜짝놀란
한 번도 한 적 없는 진로 고민을 대학생이 돼서 하기 시작했어요.
21살입니다.
저는 유아기 때부터 청소년기까지 항상 영화 연출 진로를 희망했습니다.
아빠가 영화 관련 일을 하시고 주변 어른들이 전부 그쪽에 종사하고 계셨으며, 저 또한 제 꿈을 당연하게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부모님과 사이가 멀어지고 나서는 혼자 생각하거나 가족 외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일이 많아지면서, 어쩌면 제가 그 일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에는 하루 24시간 아빠와 붙어있는 날이 많았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지도 않았습니다. (현재 대학은 음악 전공인데, 이것도 '영화 비전공자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위한 아빠의 계획이었거든요.)
사실 거의 확신이 듭니다. 저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다만 이렇게 생각하게 된 지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 판단이 틀렸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지금은 부모님과 살지 않고, 같은 동네에 사는 가까운 친척의 집에서 살고 있는데요.
그동안은 거의 매일 영화를 보고, 아빠랑 영화에 대해 얘기하고, 그냥 온종일 영화였지만
아빠와 살지 않은 3개월 동안 한 번도 직접 영화를 찾아보거나, 영화관에 간 적도 없습니다.
사실 영화에 대해 생각한 적조차 없습니다.
이렇게 멀어지기 전에도, 아빠 말이 무조건 옳지는 않겠다는 의심이 들던 참이기는 했습니다.
아빠는 늘 저에게 부모 겸 친구 겸 선생 겸 모든 것이었고 늘 온 세상이 그였는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아빠가 가르쳐준 것들이 모두 정답은 아니겠다는 생각을 1년 전부터 해오고 있습니다.
사람은 늘 큰 꿈을 가져야 하고, 너는 성공해야 하고,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그렇지 못하다면 실패한 인생이라고 배워왔지만 제 생각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저는 생각보다 사소한 것들에 행복하고, 그렇게 큰 부와 명예를 누릴만한 능력이 되는 것 같지도 않으며 그 사실이 그렇게 슬프지 않습니다. 별로 성공하고 싶지도 않은 것 같고요. 아직 미성숙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들이 분명 존재한다고도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생각하기 싫지만 아빠와 멀어지고 나서야 제 생활이 안정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신과적 문제로 고등학교도 자퇴했었고, 대학 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과거와 달리
카페에서 알바하고, 외국어 자격증도 공부하고, 영화 쪽은 아니지만 프리랜서 일도 구했고, 관심 주제와 관련된 서포터즈 등 대외활동도 찾아서 하고 있습니다. 바쁘기는 정말 바쁘지만 하루하루가 비교적 즐겁고 안정적입니다.
이런 말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빠처럼 살고 싶지 않아요. 물론 아빠는 좋은 사람인데 그냥 제가 원하는 삶은 아닙니다. 끝까지 밀어붙이는 추진력, 사람들을 이끄는 지도력과 리더십, 물론 멋지지만 저는 솔직히 평범하고 평화로운 일상이 좋은 것 같습니다. 아빠는 엄격하고, 사람들이 무서워하고, 하지만 존경받는 사람이거든요. 저는 딱히 존경받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그냥 마음 맞는 사람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친하게 지내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직업을 정하나요?
사실 이제는 제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일단 앞서 언급한 프리랜서 일은 한국어 튜터링이고요, 대외활동은 주로 정신건강 쪽 찾고 있습니다. 근데 이걸 직업으로 삼고 싶은지는 모르겠어요. 정확이 이 일을 하고 싶다, 이런 게 없습니다. 두루뭉술한 희망 사항은 어느정도 있어요. 예를 들어서 재택근무보단 출퇴근하는 일을 선호하고, 혼자나 다수와 하는 일보다는 소수의 사람들과 협업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냥 영화 쪽을 계속 밀고 가야 하나 싶긴 한데, 솔직히 그쪽 분야가 인맥 없이는 어렵기도 하고 다시 아빠와 잘 지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딱히 관련된 공부를 한 적도 없어요. 아빠가 어린 나이에는 절대 영화 공부 시키지 않겠다는 철학이 있었거든요.
요즘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 나이에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게 그렇게 늦은 나이는 아니다 하는데, 솔직히 조급한 건 사실입니다. 늘 가지고 있던 꿈이 없어진 거니까요.
당사자라면 어떻게 진로를 선택하실 것 같나요? 또는 어떻게 현재의 직업을 갖게 됐나요?
그리고 그 직업에 만족하나요?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하실 것 같나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면 어떤 노력과 경험이 필요할지 조언 받고 싶습니다.
긴 질문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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