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흥미로운 패턴입니다. 밀가루 음식 후 졸림, 과자나 바나나 후에는 괜찮다는 것, 그리고 자도 해결이 안 된다는 점을 같이 놓고 보면 몇 가지 방향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식후 졸림 자체는 혈당의 급격한 변동과 관련이 깊습니다. 라면, 국수, 밀가루 음식은 GI(혈당지수)가 높아서 혈당을 빠르게 올리고, 그에 반응해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혈당이 다시 빠르게 떨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뇌로 가는 포도당 공급이 일시적으로 줄고, 세로토닌과 멜라토닌 전구체인 트립토판의 뇌 유입이 늘어나면서 졸음이 쏟아지는 기전이 작동합니다. 과자나 바나나도 당류가 있지만 식사량 자체가 적고 인슐린 반응이 상대적으로 완만해서 그 낙폭이 덜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중요하게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복용 중인 약물 목록입니다. 베타미가(미라베그론)는 졸음과 직접 관련은 적지만, 이뇨제는 전해질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고, 특히 메니에르로 쓰는 이뇨제는 저칼륨혈증이나 저나트륨혈증이 만성적으로 누적되면 피로감과 졸림이 지속되는 원인이 됩니다. 스테로이드를 경구로 종종 복용하신다고 하셨는데, 이 경우 부신 기능 억제가 누적되면 만성 피로, 졸림,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자도 해결이 안 된다는 부분은 수면 자체의 질 문제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메니에르 환자에서 수면 중 각성이 잦거나, 비염으로 인한 코막힘이 수면 무호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자고 나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패턴이라면 수면다원검사를 한번 고려해보실 만합니다.
정리하면, 식후 졸림은 혈당 변동이 가장 유력하지만, 전해질 수치 확인과 스테로이드 누적 영향, 수면의 질 문제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맞습니다. 내과나 가정의학과에서 공복혈당, 인슐린 저항성, 전해질 패널을 한번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