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물건을 가지러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하얗게 잊어버리는 심리 현상은 무엇인가요?

성별

남성

나이대

50대

거실에 있다가 "아, 안방에서 리모컨 가져와야지" 하고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그 1초 만에 '내가 여기 왜 들어왔지?' 하고 목적을 완전히 까먹고 멍해지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치매나 건망증이 온 건 아닌가 덜컥 겁이 나는데요. 공간(문)을 이동할 때 뇌의 단기 기억이 리셋되는 심리학적, 뇌과학적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2개의 답변이 있어요!

  • 안녕하세요. 임계홍 의사입니다.

    안방 문을 여는 순간 거실에서 가졌던 결심이 씻은 듯이 사라지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아주 흔하고도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심리학과 뇌과학에서는 이를 문턱 효과 또는 출입구 효과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특정 공간을 이동할 때 뇌는 해당 장소에 적합한 새로운 맥락을 처리하기 위해 이전 장소에서의 기억을 단기 기억 저장소에서 지우거나 뒤로 밀어내는 과정을 거칩니다. 거실에서의 목적지가 안방이라는 새로운 공간으로 바뀌는 순간 뇌는 안방이라는 환경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거실에서 가졌던 리모컨이라는 정보를 임시로 차단하거나 보류하는 것입니다.

    내 생각을 말하자면 이런 현상을 단순히 치매나 심각한 건망증으로 단정 짓고 겁내실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뇌가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일종의 필터링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인지적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당신의 뇌가 공간의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이런 상황을 줄이고 싶다면 문을 열기 직전이나 방으로 향하는 동안 리모컨을 가져와야 한다는 목적을 머릿속으로 짧게 소리 내어 말하거나 리모컨을 상상하며 이동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렇게 하면 뇌에 정보가 입력되는 경로를 강화하여 공간을 이동해도 기억이 유지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50대라는 나이는 뇌가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내는 과정이 활발해지는 시기일 뿐이니 안심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채택된 답변
  • 안녕하세요.

    방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갑자기 할 일을 잊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아주 흔한 일이에요. 이것은 심리학에서 '경계 지표 효과' 또는 '도어웨이 효과(Doorway Effect)'라고 부르는 현상입니다. 우리 뇌는 공간이 바뀌면 이전 공간에서 가졌던 생각들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정보를 정리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준비를 하게 됩니다. 문이라는 물리적 경계선이 뇌에게는 현재의 에피소드가 끝났다는 일종의 종료 신호로 작용하여 정보를 서랍에 넣듯 갈무리하는 셈이지요.

    우리의 뇌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기억을 상황별 묶음으로 처리하는데, 장소의 이동은 이 정보 묶음을 갱신하는 강력한 트리거가 됩니다. 그래서 이전 방에서의 목적이 새로운 공간으로 넘어오면서 일시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하얗게 잊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지능이나 기억력의 문제라기보다는 뇌가 새로운 환경의 정보를 더 잘 받아들이기 위해 최적화 과정을 거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니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만약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다시 원래 있었던 장소로 돌아가 그 당시의 맥락을 떠올려 보는 것이 기억을 되살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