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임계홍 의사입니다.
안방 문을 여는 순간 거실에서 가졌던 결심이 씻은 듯이 사라지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아주 흔하고도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심리학과 뇌과학에서는 이를 문턱 효과 또는 출입구 효과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특정 공간을 이동할 때 뇌는 해당 장소에 적합한 새로운 맥락을 처리하기 위해 이전 장소에서의 기억을 단기 기억 저장소에서 지우거나 뒤로 밀어내는 과정을 거칩니다. 거실에서의 목적지가 안방이라는 새로운 공간으로 바뀌는 순간 뇌는 안방이라는 환경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거실에서 가졌던 리모컨이라는 정보를 임시로 차단하거나 보류하는 것입니다.
내 생각을 말하자면 이런 현상을 단순히 치매나 심각한 건망증으로 단정 짓고 겁내실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뇌가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일종의 필터링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인지적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당신의 뇌가 공간의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이런 상황을 줄이고 싶다면 문을 열기 직전이나 방으로 향하는 동안 리모컨을 가져와야 한다는 목적을 머릿속으로 짧게 소리 내어 말하거나 리모컨을 상상하며 이동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렇게 하면 뇌에 정보가 입력되는 경로를 강화하여 공간을 이동해도 기억이 유지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50대라는 나이는 뇌가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내는 과정이 활발해지는 시기일 뿐이니 안심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