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네, 정말로 고래의 배설물이 향수의 원료로 사용됩니다. 정확히 말하면 향유고래가 먹이를 소화하지 못해 만들어진 용연향이라는 물질인데요. 워낙 귀하고 비싸서 바다의 로또 혹은 바다의 금이라고도 불립니다.
이 용연향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향수에 쓰이게 되는지 그 과정을 설명해 드릴게요.
향유고래는 주로 대왕오징어를 잡아먹고 사는데, 오징어의 딱딱한 부리나 눈 같은 부분은 소화가 잘 안 됩니다. 대개는 이런 찌꺼기를 입으로 토해내지만, 아주 드물게 소화기관을 통과해 장까지 내려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장벽에 상처를 내지 않도록 고래의 몸속에서 일종의 점액질이 분비되어 이 찌꺼기들을 감싸게 되는데, 이것이 뭉쳐지고 단단해진 것이 바로 용연향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처음 고래 몸 밖으로 나왔을 때는 냄새가 아주 고약하다는 것입니다. 대변과 섞여 나오거나 토해지기 때문에 처음에는 검은색의 진흙 덩어리 같고 악취가 진동합니다. 하지만 이 덩어리가 바다 위를 수십 년간 떠다니며 햇빛을 받고 바닷물에 씻기는 과정을 거치면 화학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색이 밝아지고 향기로운 냄새가 나기 시작하며, 우리가 아는 고급 향료의 원료로 변하게 됩니다.
조향사들이 용연향을 극찬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용연향만이 가진 오묘하고 깊은 흙 내음과 달콤한 향기 때문이고, 둘째는 향기의 지속력을 엄청나게 높여주는 고정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향수의 향이 금방 날아가지 않고 살결에 오래 머물도록 도와주는 핵심적인 기능을 합니다.
다만 요즘은 향유고래가 보호종이기도 하고 용연향 자체가 워낙 희귀하기 때문에, 우리가 시중에서 흔히 접하는 향수에는 천연 용연향 대신 화학적으로 합성한 향료를 주로 사용합니다. 정말 고가의 프리미엄 향수에서나 천연 용연향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는 물질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