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을 열 개나 정리해 주셔서 답하기가 편한데, 그중 몇 개가 서로 싸우고 있어서 그것부터 정리하는 게 순서 같습니다. 지금 상태로는 어떤 모델을 고르셔도 하나는 포기하게 되거든요.
제일 크게 부딪히는 건 중고를 고려한다는 항목과 하판 분해가 어렵다는 항목입니다. 중고 노트북에서 제일 먼저 손봐야 하는 게 배터리와 써멀, 저장장치인데 분해를 못 하시면 그 작업을 전부 남에게 맡겨야 합니다. 문서 작업 다섯 시간이라는 조건도 중고에서는 지키기 어렵습니다. 배터리는 쓴 만큼 닳는 소모품이라 몇 년 된 물건이면 새것의 절반 근처인 경우가 흔합니다.
두 번째는 게임 목록과 예산입니다. 적어 주신 마인크래프트, 폴가이즈, 레포는 무거운 축이 아닙니다. 이런 게임에서 발목을 잡는 건 그래픽카드보다 램 용량과 시피유 쪽이고, 특히 마인크래프트 자바는 램을 넉넉히 물려 줘야 끊김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쾌적 기준을 잡을 때 램 열여섯 기가를 기본으로 놓습니다.
그래서 팔십만 원대에서 외장 그래픽을 억지로 넣는 것보다, 램을 열여섯 기가로 맞춘 내장 그래픽 모델이 조건 전체를 더 많이 만족시킵니다. 외장 그래픽이 들어가는 순간 무게와 발열과 배터리가 같이 무너지는데, 그게 삼번 사번 오번 항목과 정면으로 부딪힙니다.
분해를 못 하신다면 램은 반드시 사기 전에 확인하셔야 합니다. 요즘 얇은 노트북은 램이 메인보드에 붙어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나중에 늘릴 수가 없습니다. 제조사 사양표에서 메모리 슬롯 항목을 보시고 온보드라고 적혀 있으면, 지금 고르는 용량이 이 노트북의 마지막 램 용량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십육 인치를 원하신 것도 한 번만 다시 보시면 좋겠습니다. 십육 인치는 무게가 보통 이 킬로그램 근처로 올라가고 가방도 같이 커집니다. 강의실을 계속 옮겨 다니실 거면 십사 인치를 들고 다니고 집에는 외부 모니터를 하나 붙이는 쪽이 실제 생활에서는 더 편한 경우가 많습니다.
정리하면 램 열여섯 기가와 저장장치 오백열두 기가 이상을 먼저 확정하고, 램 증설이 되는 모델인지를 사양표로 확인한 다음, 남는 예산으로 화면과 무게를 고르시는 순서를 권합니다. 중고를 보신다면 배터리 사이클과 잔량은 꼭 물어보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