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수민 전문가입니다.
얼음이 미끄러운 이유는 오랫동안 과학자들도 의견이 갈렸던 주제인데, 지금은 얼음 표면에 존재하는 얇은 물 층이 핵심 원인이라는 설명이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어요.
얼음 표면의 분자들은 내부 분자들과 상황이 달라요. 내부에서는 물 분자가 사방으로 이웃 분자와 단단히 손을 잡고 있는데, 맨 바깥층 분자들은 위쪽으로는 잡을 상대가 없거든요. 이렇게 한쪽이 비어 있으면 결합이 불안정해져서 표면 분자들이 고체 상태를 온전히 유지하지 못하고 액체처럼 흐물흐물한 상태로 존재해요. 영하의 온도에서도 얼음 겉면에 수 나노미터 두께의 액체 비슷한 층이 깔려 있는 거예요. 이 층이 윤활유처럼 작용해서 발이나 물체가 닿으면 미끄러지는 거랍니다.
예전에는 압력이나 마찰열 때문에 얼음이 녹아서 미끄럽다는 설명이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어요. 스케이트 날이 얼음을 누르면 그 압력으로 녹는점이 내려가서 물이 생긴다는 논리인데, 계산해보면 사람 체중 정도의 압력으로는 녹는점이 고작 0.몇 도밖에 안 내려가서 영하 10도만 돼도 이 설명으로는 미끄러운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어요. 마찰열도 기여는 하지만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미끄러운 현상을 설명하지 못하거든요.
결국 얼음은 누가 밟든 안 밟든 표면 자체가 이미 미끄러운 상태로 존재하는 거예요. 온도가 내려갈수록 이 표면 층이 얇아지면서 미끄러움이 줄어드는데, 영하 30도 아래로 가면 층이 거의 사라져서 얼음이 오히려 까끌까끌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극지방에서 타이어가 의외로 잘 미끄러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