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고위험군인 친구를 어떻게든 살리고 싶습니다
초등학생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가 한 명 있어요. 정말 우울증이 심한 친구입니다.
어릴적부터 어머니에게 정서적으로, 신체적으로 학대에 가까운 훈육을 당했거든요. 그런데 신고하기에는 조금 많이 애매한 수준으로 당했어요. 신체적 훈육도 친구가 덩치 크고 난 뒤에는 멈춘 모양이더라고요. 훈육이라고는 하는데 그 친구가 조금이라도 잘못한 게 있거나 어머니가 본인 심기에 거슬리는 짓을 친구가 하면 그거가지고 꼬투리 잡아서 심한 인격적 모욕을 한다고 들었어요.
들은 것만 해도 이정도에요. 그런데 문제는 얘가 어릴때부터 학원 선생님들도 제대로된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많이 시달렸거든요. 정신과도 고등학교 1학년 중후반에, 제가 엄청 설득해서 겨우 데려갔어요. 그때 여러 검사를 했는데 우울증이 제일 심한 단계로 떳어요. 아마 자살 고위험군이었던걸로 기억해요.
그 이후에 약도 먹고 괜찮아질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때 제 생각이 너무 가벼웠어요. 이야기 들어보니 거의 초등학생 저학년때부터 시작된 우울증인데 그게 1,2년만에 나을리가 없잖아요. 게다가 고등학생이니 입시로 더 스트레스를 받았거든요.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을리가 없는데.
게다가 이번에 수능 끝나고 보니 망할 미술학원 원장이 보여줬던 정시 등급컷이 잘못된거 였어요. 친구는 그것만 보고 몇년을 공부했는데, 완전 희망고문 당한거죠.
만약 저랑 친구들이 합격해서 서울 올라간다 치면 그 친구는 혼자 남아서 어머니랑 살면서 1년 더 공부해야하는데, 친구가 그걸 견딜 수 있을지가 의문입니다. 그 친구는 아직도 어머니를 사랑하고, 한번도 진심으로 미워한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가출하면 걍 자살할거라고 말하는데 그게 도저히 농담으로 안들려요. 우리집 오라고 해도 안간다고 하고, 주변인들 때문에 상처받은 걸 그냥 자기가 멍청했던 거라고 하면서 다 자기 탓으로 돌리거든요.
전 그 친구가 제발 살아만 있어주면 좋겠어요. 사는 걸 그렇게 힘들어 하는 친구를 붙잡는 게 제 욕심일수도 있지만 전 그 친구가 살아만 있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거든요. 제가 지금 이 친구를 위해 해줄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요. 지금이라도 카운셀링을 배워봐야 하나요?
궁금한게 있으시면 물어보셔도 됩니다.
안녕하세요. 푸른마음심리상담센터입니다.
오랜 시간 그 친구를 지켜보면서 얼마나 신경을 쓰고 마음이 아팠는지 충분히 느껴집니다.
'살아만 있어주면 좋겠다'라는 말에 친구를 얼마나 아끼는지 얼마나 불안한지도...그리고 잘 버텨온것도 느껴집니다.
이미 친구의 생명을 지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오셨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카운셀링을 배우는 것보다 '전문적인 체계와 안전망을 연결 시켜주는것'만으로 충분히 하실만큼을 하신거라 생각합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목표는 '친구를 혼자 두지 않고 안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제일 먼저 하셔야 하는건 ' 자살이나 자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 문장 그대로 물어보는 겁니다.
자살이나 자해라는 단어를 꺼내서 이 사람에겐 자살이나 자해에 대해 이야기해도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께 하는겁니다. 자살이나 자해를 돌려말하면 ' 이 사람은 자살이나 자해에 대해 부담을 갖고 있나보다'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직접적인 만남이 아니더라도, 전화통화, 문자메세지를 주기적으로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단지 오늘 날씨에 대해, 별말 아닌 것이라도 주고 받는 것이 안전망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병원이나 약물치료에 대한 친구분의 꾸준한 확인도 필요합니다. 말씀하신것 처럼 약물치료가 갑자기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아니지만, 꾸준한 진찰과 약물치료는 좋아질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상담자, 치료자가 되어야 한다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전문가에게 연결을 할 수 있는 사람, 옆에 있는 사람(거리는 떨어져 있다해도), 판단하지 않는 사람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혼자 감당하지 마시고 반드시 전문가의 개입을 연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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