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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두되는 신용시장 리스크와 제이미 다이먼의 "바퀴벌레" 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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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글에서는 미국 가계의 연체율이 오르는 추세지만 그 절대치가 낮아 미국의 가계 소비여력은 앞으로도 준수한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을 했었고, JP Morgan 같은 대형은행은 대손충당금을 기존보다 많이 적립하며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하는중이어서 금융 시스템적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보았다. 다만 코로나-19때 중단된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되면서 부도율이 급등하고 신용카드 연체율도 계속해서 오르는 것을 우려 포인트로 제시했다. 이후 비교적 최근인 9월 11일 작성한 세번째 글에서 뱅크오브아메리카 인스티튜트 리서치 헤드가 공유한 데이터는 미국인들의 재무상황은 (비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무난한 수준임을 재확인했다.

두번째 글에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비은행 리스크(혹자는 '섀도우 뱅킹'이라 분류하는데, 나는 분류상 적절하다고 보지는 않음)의 핵심으로 보는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들에 대해 다루는데, 이들의 주장은 사모투자회사가 지정한 회계법인이 펀드에 담긴 회사채의 가치에 대해 평가를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펀드가 만기되어 '시장가' 적용을(보통 장부상 가치보다 15% 할인된 가격에 거래) 받으면 "실제 가격"이 드러나고, 따라서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들의 부풀어진 가치가 연쇄적으로 붕괴하는 소위 "심판의 날"이 온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들의 주요 출자자(LP)는 주로 연기금이나 초고액자산가이기 때문에 당장 현금이 급한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간혹 상장주식 가치가 급락하면 안정적인(?) 사모자산의 포트폴리오 비중이 높아져서 출자여력이 감소하거나 환매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최근 글로벌 상장주식의 성과는 괜찮은 편이기 때문에 그럴 확률도 낮다.

그렇기에 당장 손실을 확정짓고 싶지 않은 연기금 등 대형 출자자(LP)들과 대외적인 성과지표 유지가 중요한 사모투자회사(GP)들의 이해관계가 들어맞아(?) 탄생한게 '컨티뉴에이션 펀드'다. 기존 펀드에 만기가 다가오면 사모투자회사는 새로운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만들어 기존 펀드의 자산을 옮겨담고, 출자자들은 지분을 이전받는다. 외부에 자산을 매각하면 앞서 언급한 '시장가' 적용을 해야하지만, 컨티뉴에이션 펀드는 왼쪽 주머니에 있던 자산을 오른쪽 주머니에 옮기는 것에 불과하기에, 시장가 적용을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투자회사는 기분이 상한 출자자들을 달래고 또 새로운 펀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관리보수나 성과보수를 깎아준다.

자동차 섹터가 울리는 경고음

First Brands Collapse Blindsides Wall Street, Exposing Cracks in a Hot Corner of Finance

First Brands는 부동액, 와이퍼, 브레이크 패드를 제조하는 미국의 자동차 부품사로 지난 수년간 외형확장을 위해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들이 좋아하는 대출채권담보부증권(Collaterized Loan Obligations) 상품을 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최근 파산을 신청한 First Brands는 선순위/후순위 대출을 통해 50억 달러(약 7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고, 이자와 액면가 할인을 포함한 연이율은 약 11%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CLO는 에쿼티/후순위/선순위 등 같은 자산을 담은 증권을 여러 등급으로 나누어 구조화한 금융 상품이다. CLO를 상품화하는 자산운용사는 주로 에쿼티(자본) 투자자가 되는데, 에쿼티 투자자는 대출채권에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손해를 보는만큼 First Brands 대출을 주선한 운용사들은 이미 전액손실을 반영했고, Distressed Credit Fund(부실자산 크레딧 펀드) 투자사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 액면가대비 90%이상 할인된 금액에 First Brands의 CLO를 매입했다고 한다. Distressed Fund는 회수가능성이 낮은 기업의 채권을 매우 저렴하게 인수해 회수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을 주로 구사하는 크레딧 펀드를 의미한다.

First Brands의 갑작스런 파산신청은 서브프라임(저신용자) 오토론 공급자인 Tricolor사가 파산신청을 한지 2주도 안되어서 일어났고, Tricolor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은 현재 대출사기를 주장하는 상황이다. 사기 혐의는 구체적으로 동일한 담보자산(대출채권)으로 유동성 기구(liquidity facility/credit line)를 여러 은행과 체결했다는(double-pledging) 의혹이다. 쉽게 말해 10억짜리 자산으로 빌릴 수 있는 최대한도인 8억을 이미 빌려놓고 또 다른 은행에 가서 동일한 자산을 담보로 8억을 또 빌려 자산가치를 넘어서는 부채를 조달한 것이다. 이는 명백히 불법이나 프라이빗 크레딧의 경우 해당 거래에 직접 참여한 기관들만 credit doc (대출의 조건과 채권자들의 권리를 상세하게 나열한 법적 문서)을 공유하고 이해상충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외부자에 발설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기존의 신디케이티드(syndicated: 조직적인) 대출과 달리 공개적으로 조건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포리아에 젖었던 프라이빗 크레딧 투자자들

회사채 금리 스프레드 추이.

회사채 금리 스프레드 추이 | 자료: WSJ

2008년 Dodd-Frank 법안이 통과되며 대형은행에 대한 자본규제가 강화되자 프라이빗 크레딧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했고, 출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면서 높은 이자수익을 올리는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들에 점점 더 많은돈을 투자했다. 위에 첨부한 회사채 금리 스프레드 그래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투자등급 회사채가 제공하는 금리와 하이일드 회사채의 금리 스프레드는 지난 30년간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투자자가 더 높은 위험을 감당하는 댓가로 요구하는 추가적인 이자가 줄어든 것이며, 결국 그동안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들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딜을 성사시키기 위해 불리한 조건을 감수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원래라면 정크등급의 하이일드 회사채를 발행해야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지면서 생긴 편향도 있을것으로 추정되나, 앞서 언급한대로 프라이빗 크레딧의 조달 조건은 거래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기 때문에 은행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대폭 개선하기 위해 도입되었던 법안이 역으로 신용위험이 어디에 도사리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조건을 조성한 것이다.

필자는 그런 역기능이 있다고 해도 Dodd-Frank 법안은 궁극적으로는 성공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거대한 대체시장이 생기는 동안 시스템적 리스크 관리를 위해 데이터 수집 장치/의무를 부과하지 않은채 손을 놓고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생각이다.

며칠전 미국 최대은행인 JP Morgan Chase의 CEO인 제이미 다이먼의 "바퀴벌레 발언"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회사 실적발표에서 Tricolor의 사기혐의에 대해 "이런일들이 생기면 제 귀가 쫑긋섭니다"며 "제가 이런말을 하는게 적절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바퀴벌레가 한마리 보이면 훨씬 더 많은 바퀴벌레들이 숨어있다고 보는게 맞을겁니다. 모든 사람들이 조심해야 할거에요"라 발언한 것 또한 이의 연장선상이라 볼 수 있다. 문제는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들이 자금을 빌려준 기업들의 (아마도 건전하지는 않을)재정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고, 따라서 이런일들이 터질때까지 기다리는것 밖에 할 수 있는게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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