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덕션 화력이 유난히 센 게 아니라 열이 만들어지는 자리가 다릅니다. 가스는 불꽃이 팬 바닥을 데우고 그 열이 퍼지는 순서인데, 인덕션은 자기장으로 팬 바닥 금속 자체에서 열이 납니다. 중간 단계가 없으니 올라가는 속도가 다를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약불 단계가 실제로 약하게 데우는 게 아닙니다. 인덕션은 대부분 센 출력을 켰다 껐다 반복해서 평균을 낮추는 방식이라, 켜져 있는 순간에는 여전히 센 불입니다. 지금 전원을 껐다 켜며 조절하신다고 하셨는데 사실 기계가 하던 일을 손으로 대신하고 계신 셈입니다.
그 출렁임을 실제로 잡아 주는 건 화력 단계가 아니라 팬입니다. 바닥이 얇으면 켜질 때 확 오르고 꺼질 때 확 식어서 그 진폭이 그대로 음식에 전달됩니다. 바닥이 두꺼운 팬은 그 열을 품고 있다가 천천히 내주기 때문에 같은 단계에서도 훨씬 잔잔해집니다.
그래서 약불 조리를 자주 하신다면 삼중 바닥 스테인리스나 무쇠처럼 바닥이 묵직한 팬을 하나 두시는 게 제일 확실한 해결책입니다. 인덕션에서는 팬이 곧 불 조절 장치라고 보셔도 됩니다.
팬 크기도 봐야 합니다. 바닥 지름이 화구에 그려진 원보다 작으면 가운데만 뜨거워져서 그 부분만 탑니다. 표시된 원과 비슷하거나 조금 큰 팬을 쓰시면 온도가 훨씬 고르게 퍼집니다.
그래도 부족하면 열분산판을 쓰는 방법이 있습니다. 인덕션 위에 올려 두고 그 위에 팬을 얹는 두꺼운 철판인데, 열을 한 번 걸러 주니 아주 약한 불이 필요한 조림이나 초콜릿 녹이기 같은 데 씁니다.
마지막으로 쓰시는 기기에 온도로 맞추는 모드가 있는지 한 번 보세요. 숫자가 화력 단계가 아니라 섭씨로 표시되는 기능이 있으면 그쪽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그리고 기름은 팬이 데워진 다음에 두르셔야 연기가 덜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