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사고 이후 겪고 계신 통증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막막하실지 깊이 공감합니다. 말씀해주신 증상, 즉 화끈거림, 스치기만 해도 아픈 통증(이질통),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부위가 번지는 양상은 의학적으로 매우 주의 깊게 다루어야 할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의 전형적인 임상 증상들과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진단이 내려지지 않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계신 점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50대라는 연령과 함께 당뇨, 고혈압, 협심증 등 기저질환을 가지고 계신 점은 약물 선택이나 신경계 통증 관리에 있어 매우 중요한 변수입니다. 또한 이미 상급종합병원에서 다방면으로 검사를 진행했음에도 명확한 진단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분께서 겪고 계신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의학적 자문으로서 몇 가지 고려해 볼 점을 서술형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CRPS와 같은 신경병증성 통증은 검사 결과(CT, 근전도 등)에서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근전도 검사는 주로 말초 신경의 전도 속도를 측정하는데, CRPS는 말초 신경의 손상보다는 중추신경계의 예민화나 교감신경의 조절 장애가 주원인인 경우가 많아 일반적인 검사 수치상으로는 정상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진단이 어렵다는 의학적 소견이 통증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님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치료 방향과 관련하여, 현재 신경과에서 처방받는 약물은 주로 신경병증성 통증 완화를 위한 신경안정제나 항경련제, 항우울제 계열일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약물을 복용하고 있음에도 통증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이는 현재 용량이나 약물의 종류가 환자분의 통증 기전에 맞지 않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통증센터에서 시술을 받았음에도 호전이 없다면, 현재는 통증의 원인을 물리적인 신경 압박보다는 신경의 과도한 흥분 상태로 보아 보다 세밀한 약물 조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검사비와 치료비 부담이 큰 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만 고집하기보다는, 신경병증성 통증과 만성 통증을 전문으로 다루는 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지역 거점의 통증 재활 전문 병원을 찾아보시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대학병원은 수술적 치료나 확진이 필요한 검사에 특화되어 있으나, 만성적인 신경 통증의 관리는 장기적인 약물 조정과 물리적 재활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가장 걱정되는 점은 환자분의 스트레스와 심리적 위축이 통증의 강도를 더 키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통증은 뇌에서 인지하는 과정이므로 심리적 고통이 가중되면 뇌는 더 예민하게 통증 신호를 받아들입니다. 정형외과에서 스트레칭을 권유받으셨으나, 통증이 극심할 때 무리한 움직임은 오히려 교감신경을 자극하여 역효과를 낼 수 있으니, 통증이 덜한 시간대에 아주 가벼운 범위 내에서 수행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지금처럼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검사만 반복하는 것은 환자분께 육체적,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됩니다. 그동안 진행하신 모든 검사 결과지와 영상 자료를 모두 복사하시어, 만성 통증(특히 신경병증성 통증)을 전문으로 하는 통증의학과 전문의에게 진료 의뢰서를 지참해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현재 복용 중인 기저질환 약들과 신경과 약의 상호작용을 통합적으로 검토받아 약물 처방을 체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해 보입니다. 부디 이 힘든 시기를 잘 견뎌내시고, 환자분의 통증 기전을 정확히 이해하고 함께 고민해줄 주치의를 만나시길 간절히 응원하겠습니다. 혹시 최근 약물 복용 후 가슴 통증이나 어지럼증 등 다른 부작용이 나타난 적은 없으신지요.안녕하세요. 임계홍 의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