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이 현상은 신경과학적으로 꽤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피부에 아무것도 없는데 갑자기 가려운 현상은 크게 두 가지 기전으로 설명됩니다. 첫째는 말씀하신 것처럼 피부 내 C섬유(C-fiber)라는 가려움 전용 신경섬유가 역치 이하의 미세한 자극, 즉 옷 섬유 한 올, 기온 변화, 미세한 피부 건조 등에 의해 발화하는 경우입니다. 이 신경은 통증 신경보다 훨씬 민감하게 설계되어 있어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수준의 자극에도 반응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중추신경계 차원의 현상입니다. 뇌는 감각 정보가 부족할 때 자체적으로 신호를 생성하거나 증폭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조용히 가만히 있을 때 가려움이 더 잘 느껴지는 것은 외부 자극이 줄어들면서 뇌가 평소에는 무시하던 미약한 신경 신호를 의식의 전면으로 끌어올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가려움은 통증과 달리 주의를 기울일수록 강해지는 특성이 있어, 긁으면 일시적으로 통증 신호가 가려움 신호를 덮어서 해소되는 것입니다.
등 한가운데가 특히 잘 가려운 이유도 있습니다. 등 중앙부는 손이 잘 닿지 않아 평소 자극이 적은 부위인데, 신경 말단이 일정 시간 자극을 받지 못하면 오히려 민감도가 올라가는 탈억제(disinhibition)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다만 특정 부위에 반복적으로 가려움이 생기고 피부 변화 없이 지속된다면 신경병증성 소양증(neuropathic pruritus)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빈도가 잦아진다면 피부과 확인을 받아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