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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

Seo

3일 전

피는 섞여도 조상 DNA는 99% 똑같을 수 있나요?

안녕하세요, 유전학을 공부하다가 궁금한 점이 생겨 질문 올립니다.

조선 태조 이성계처럼 600년 전 조상의 후손들을 보면, 보통 "피가 많이 섞여서 이제는 남남이다"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엔 두 가지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1. 피는 섞여서 사라진다 (양의 문제):

수백 년 동안 여러 집안과 결혼하면서 조상의 피는 계속 희석되니까, 현대 후손 몸속에 조상의 DNA는 1%도 안 될 만큼 아주 조금만 남는 게 맞죠?

2. 정보는 그대로 남는다 (질의 문제):

하지만 남성에게만 전해지는 특정 유전자(Y-DNA) 같은 건 섞이지 않고 복사되잖아요. 그래서 내 몸 전체에서 조상 DNA 비중은 1% 미만으로 아주 작더라도, 그 작은 조각 하나만큼은 600년 전 조상과 99.9% 똑같은 '정품' 상태로 남아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결론적으로 "전체는 남남이지만, 가문을 증명하는 1%의 정품 조각은 그대로 살아있다"는 제 생각이 과학적으로 맞는지 궁금합니다. 전문가분들의 쉬운 설명 부탁드립니다!

2개의 답변이 있어요!

  • 이은수 수의사

    이은수 수의사

    프리랜서

    2일 전

    특정 염색체를 기준으로 본다면 가문을 증명하는 유전 정보가 거의 변하지 않은 상태로 보존되어 내려온다는 가설은 과학적으로 타당합니다. 인간의 유전체 전체를 놓고 보면 매 세대마다 부모의 DNA가 절반씩 섞이며 희석되므로 600년 전 조상의 기여분은 산술적으로 매우 미미해지지만 부계로만 전해지는 Y 염색체는 재조합 과정 없이 복제되어 전달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돌연변이율은 매우 낮기 때문에 이성계와 같은 직계 후손의 Y 염색체 염기서열은 조상과 비교했을 때 99퍼센트 이상 일치하는 정품 상태를 유지하게 됩니다. 따라서 전체 유전적 구성은 타인에 가까울지라도 부계 계보를 특정하는 특정 표지자만큼은 조상의 정보를 고스란히 간직한 설계도 조각으로서 유효하게 작용합니다.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마지막에 말씀하신게 과학적으로는 맞습니다.

    1. 먼저 우리가 흔히 '피가 섞인다'고 말하는 부분은 상염색체에 해당합니다.

    부모로부터 각각 50%씩 물려받기 때문에, 한 세대가 지날 때마다 특정 조상의 DNA 비중은 절반으로 줄어들게 되죠.

    그래서 태조 이성계로부터 약 20세대 정도 지났다고 가정하면, 산술적으로 내가 물려받은 이성계의 DNA 비중은 1 / 2^20 수준인데, 이는 거의 0%에 가깝죠.

    심지어 유전자 재조합 과정에서 특정 조상의 DNA 조각을 아예 물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즉, 생물학적으로는 '남남'이라는 말이 틀린 게 아닙니다.

    2. 하지만 말씀하신 Y-DNA(부계 유전)와 미토콘드리아 DNA(모계 유전)는 이야기가 좀 달라집니다. 이들은 섞이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남성의 Y염색체는 아버지에서 아들로 거의 복사되듯 전달되기 때문에 중간에 다른 집안의 피가 섞여도 Y염색체만큼은 섞이지 않고 단독으로 내려옵니다.

    결론적으로 600년이라는 시간 동안 미세한 돌연변이가 일어날 수는 있지만, 전체적인 틀은 99.9% 동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유전학자들은 이 Y-DNA를 유전적 인장이라 하기도 합니다. 600년 전 태조 이성계가 가졌던 그 Y-DNA 조각은 지금의 남자 후손의 몸속에도 변형되지 않은 원형 그대로 박혀 있다 할 수 있죠.

    결론적으로 내 몸의 99%는 평범한 데이터지만, 가문을 증명하는 1%의 마스터 키는 600년 전 조상의 것과 같다는 것이 틀린 말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