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목욕탕 뜨거운 물에 몸을 불렸을 때 때가 잘 밀리는 것은 단순히 단백질이 열에 의해 분해되기 때문이 아니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때는 수분을 잃은 죽은 각질세포, 피지, 땀, 외부 먼지가 엉겨 붙은 세포 집합체입니다. 뜨거운 물은 이 집합체를 결합하고 있던 물리화학적 구조를 약화시키는데, 그 구체적인 과학적 원리에 대해 설명해 드릴게요.
피부 최외곽의 각질세포는 케라틴이라는 단단한 단백질로 가득 차 있는데, 평소 건조한 상태의 각질은 딱딱하고 굳어 있어 서로 밀착되어 있지만 뜨거운 물에 들어가면 케라틴 단백질이 수분을 대량 흡수하면서 부피가 수 배로 불어나는 팽윤 현상이 일어납니다. 수분을 머금고 스펀지처럼 부풀어 오른 각질은 고유의 기계적 강도를 잃고 매우 물렁물렁하고 약해집니다. 각질세포들이 서로 떨어지지 않고 피부에 붙어있을 수 있는 이유는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자유지방산 등으로 이루어진 세포간 지질과 밖으로 분비된 피지가 세포 사이사이를 강력한 접착제처럼 메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질막이 열에 의해 녹아 유동성을 띠게 되면, 각질세포를 묶어두던 기름 접착제의 결합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세포 간 틈새가 벌어지고 때가 잘 분리됩니다.
열 자체에 의한 단백질 파괴보다는, 수분과 온도가 피부 자체의 분해 효소를 활성화하는 것이 결정적입니다. 피부 표면에는단백질 분해 효소가 존재하는데, 이 효소들은 높은 습도와 체온보다 약간 높은 따뜻한 온도에서 활성도가 극대화됩니다. 물에 몸을 불리는 동안 이 효소들이 왕성하게 작용하여 각질세포 간의 연결 고리를 화학적으로 끊어내어 잘 떨어져 나가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