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달걀을 상온에 오래 두면 껍질은 멀쩡한데 왜 흔들었을 때 속에서 출렁거리거나 물처럼 변하는 걸까요

달걀을 냉장고에 넣지 않고 따뜻한 실내나 상온에 오래 방치해 두면 신선도가 떨어지면서 껍질 내부의 수분이 서서히 증발하고 그 빈자리에 공기가 차게 된다고 들었어요. 그러면서 달걀 흰자와 노른자를 지탱하던 구조가 무너져 내리는 건지, 나중에 깨뜨려 보면 형태가 완전히 망가져 있는데 이 과정에서 달걀 내부의 화학적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지 궁금합니다.

1개의 답변이 있어요!

  • 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상온에 오래 방치된 달걀 내부가 물처럼 변하고 흔들었을 때 출렁거리는 것은 단순한 부패 이전의 알칼리화에 따른 단백질 구조 분해 및 삼투압 현상이라는 화학적 변화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설명해 드릴게요.

    갓 낳은 달걀 흰자에는 이산화탄소가 탄산 형태로 녹아 있어 pH가 7.6 정도로 약알칼리성을 띠지만 상온에 두면 껍질 표면의 미세한 기공을 통해 이산화탄소가 기체로 빠져나갑니다. 탄산이 지속해서 손실되면서 달걀 내부의 pH는 약 9.5 이상까지 치솟으며 강한 알칼리성 환경으로 변합니다.

    신선한 달걀 흰자가 점성 있는 젤처럼 탱탱한 이유는 오보뮤신 단백질과 라이소자임 단백질이 복합체를 형성해 그물망 구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pH가 9를 넘어가면 이 단백질 복합체의 화학적 결합이 끊어져 젤 구조가 파괴된 흰자는 점성을 완전히 잃고 점차 물처럼 묽어지는 액화 현상을 겪게 됩니다. 이렇게 묽어진 흰자의 수분은 농도 차이에 의한 삼투압 현상 때문에 노른자 내부로 이동합니다. 수분을 자꾸 흡수한 노른자는 점차 부풀어 오르고, 노른자를 감싸고 있던 탄력성 단백질 막은 과하게 늘어나 약해집니다. 상온에 오래 둔 달걀을 깼을 때 노른자가 봉긋하게 서 있지 못하고 쉽게 터져 버리는 이유입니다.

    수분과 가스가 껍질 밖으로 계속 증발하면, 내부 밀도가 낮아지고 상단의 기공이 크게 확장됩니다. 안쪽 단백질 젤 구조는 완전히 무너져 물처럼 묽어졌는데 내부 공기층까지 넓어졌으니, 달걀을 흔들었을 때 내부가 실제로 출렁거리며 소리가 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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