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수민 전문가입니다.
정확히 짚으셨어요. CPU 뚜껑과 방열판 바닥은 눈으로 보면 거울처럼 매끈한데, 확대해보면 미세한 굴곡과 흠집이 있어요. 두 금속을 아무리 세게 밀착시켜도 실제로 닿는 건 튀어나온 지점 몇 군데뿐이고, 전체 면적의 1~2% 수준밖에 접촉하지 않아요. 나머지는 공기로 채워진 틈이에요.
공기가 문제인 건 열전도율이 극단적으로 낮아서예요. 금속이 100 단위라면 공기는 0.02 수준이라, 얇은 공기층 하나가 단열재처럼 작동해요. 방열판이 아무리 크고 팬이 아무리 잘 돌아도 열이 그 틈을 못 건너면 소용이 없어요. 써멀 구리스는 그 틈을 메우는 역할이에요. 금속만큼 열을 잘 전달하진 못해도 공기보다는 수십 배 좋으니, 비어 있던 통로가 뚫리면서 CPU 온도가 10도 이상 차이 나요.
그래서 바르는 요령도 여기서 나와요. 두껍게 바르면 오히려 나빠져요. 구리스 자체가 금속보다 열전도가 낮으니 최대한 얇게, 틈만 메울 정도로 있어야 해요. 가운데 쌀알 크기로 짜고 방열판 압력으로 퍼지게 하는 방식을 많이 쓰는 게 이 때문이에요.
그리고 구리스는 소모품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기름 성분이 빠져나가 굳고 갈라지면서 다시 틈이 생겨요. 오래된 PC가 유난히 뜨겁고 시끄럽다면 구리스 재도포만으로 온도가 확 내려가는 경우가 많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