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종이는 나무에서 추출한 실 모양의 셀룰로스 섬유들이 무수히 얽혀 있는 구조입니다. 이 섬유들을 단단하게 이어주는 핵심은 섬유 사이의 수소 결합입니다. 종이를 접는 순간 접혀진 부위에 강한 응력이 가해지면서 섬유를 서로 붙잡고 있던 수소 결합이 무수히 끊어집니다. 한 번 끊어진 수소 결합은 다시 접착되지 않기 때문에 그 부위의 결합력이 영구적으로 떨어집니다.
종이를 접을 때 접히는 선을 기준으로 안쪽과 바깥쪽은 전혀 다른 힘을 받습니다. 접었다 펴는 동작을 반복하면 섬유가 늘어났다 찌그러지기를 반복하며 완전히 단절되는 섬유의 개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특히 두꺼운 종이나 골판지는 단일 층이 아니라 여러 겹의 섬유 레이어가 겹쳐진 다층 구조를 가집니다. 반복해서 접으면 층과 층 사이에서 서로 어긋나는 전단력이 발생하여 겹겹이 붙어 있던 종이 레이어가 벌어지는 층간 분리 현상이 일어나 두께감 있던 종이가 접힌 부위만 얇고 힘없이 너덜거리는 상태가 됩니다.
종이는 고무처럼 원래대로 돌아가는 탄성이 약하고, 한 번 변형되면 돌아오지 않는 소성 변형 특성이 강합니다. 금속 철사를 여러 번 굽혔다 편 부위가 뜨거워지며 결국 부러지는 것처럼, 종이 역시 접힌 부위에 재료의 피로가 누적됩니다. 이 과정에서 종이 특유의 뻣뻣함을 잃고 유연성만 남게 됩니다. 위의 과정을 거치면서 접힌 선 부위는 종이의 다른 평평한 곳보다 두께가 얇아지고 결합력이 매우 약해집니다.
이후 종이를 잡아당기거나 팽팽하게 펴는 힘을 가하면, 그 힘이 종이 전체로 균일하게 분산되지 않고 가장 약해진 접힌 선으로만 힘이 쏠리는 응력 집중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 결과 손상된 선을 따라 마치 점선을 찢듯 적은 힘으로도 쉽게 찢어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