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시티팝은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일본의 '버블 경제(자산 가격 급등으로 인한 호황기)' 시절에 탄생하고 정점을 찍은 음악 장르입니다.
시티팝 특유의 화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련하고 쓸쓸한 분위기는 당시 일본의 독특한 사회·경제적 배경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습니다.
(버블 경제의 풍요)
시티팝의 화려함은 1980년대 도쿄를 가득 채웠던 네온사인과 물질적 풍요에서 나옵니다.
자본이 만든 고품격 사운드: 당시 일본 음반사들은 돈이 넘쳐났습니다. 미국 유수의 세션 연주자들을 도쿄로 초빙하거나, 호화 스튜디오를 통째로 빌려 최고급 장비로 음악을 녹음했습니다. 디스코, 펑크, 재즈 퓨전 등을 세련되게 버무린 고해상도 사운드가 가능했던 이유입니다.
도시적이고 이국적인 환상: 가사에는 '드라이브', '리조트', '해변', '칵테일' 같은 단어가 단골로 등장합니다. 야마시타 타츠로의 앨범 커버처럼 청량한 해변이나 세련된 도시 레이아웃을 내세우며, "우리는 언제든 소비하고 떠날 수 있다"는 낙관적인 화려함을 노래했습니다.
(호황 뒤에 숨은 고독과 허무)
음악은 경쾌하지만 이상하게 가슴을 아련하게 만드는 정서는 도시인의 고독과 영원할 수 없는 축제에 대한 예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화려한 도시 속 개인의 고독: 물질적으로는 완벽하게 풍요로워졌지만, 복잡한 대도시 도쿄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은 정신적인 공허함과 외로움을 느꼈습니다. 밤거리를 세련된 스포츠카를 타고 달리지만, 정작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하는 도시인의 감성이 '아련함'으로 표현된 것입니다.
축제가 끝난 뒤의 노스탤지어(향수): 마츠바라 미키의 'Stay With Me' 나 타케우치 마리야의 'Plastic Love' 같은 명곡들을 보면, 멜로디는 춤출 수 있을 만큼 경쾌하지만 가사는 이별이나 덧없는 사랑을 다룹니다.
시대적 허무함: 1990년대 들어 버블 경제가 완전히 붕괴하면서, 이 시기는 일본인들에게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가장 찬란했던 꿈"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 시대적 마무리가 음악에 사후적으로 '아련한 서사'를 더 강하게 부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