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어머니의 상태는 단순한 치매 진행으로만 보기 어렵고, 복용 중이신 두 약물의 부작용이 상당 부분 관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립세트(성분명: 도네페질)는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 억제제(acetylcholinesterase inhibitor)로, 흔한 부작용으로 오심·구토·식욕부진 외에도 요실금, 서맥, 과도한 진정감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에빅사(성분명: 메만틴)는 NMDA 수용체 길항제로, 졸림, 어지러움, 보행 불안정, 혼돈이 주요 부작용입니다. 두 약물을 병용할 경우 이러한 부작용이 상호 상가(additive)될 수 있으며, 특히 고령 여성에서는 약물 대사 속도가 느려져 혈중 농도가 예상보다 높게 유지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증량 이후 증상이 악화되었다면, 이는 용량 과다에 의한 독성 반응(toxicity)일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현재 증상, 즉 보행 장애·요실금·무기력·인지 저하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정상압 수두증(normal pressure hydrocephalus)이 치매와 혼재하고 있을 가능성도 감별이 필요합니다. 이 질환은 치매로 오인되기 쉽고, 약물로 악화되지 않더라도 독립적으로 위와 같은 세 가지 증상을 동시에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처음 촬영한 MRI에서 이 부분이 충분히 검토되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실적인 대응 방향을 말씀드리면, 현재 담당 의사가 부작용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증량만 반복하고 있다면, 신경과 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2차 소견을 구하시는 것이 적절합니다. 진료 시에는 약 복용 시작 시점과 증상 발생 시점의 전후 관계, 증량 후 악화 경과를 구체적으로 정리해 제시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두 약물 중 하나를 일시 감량하거나 중단한 상태에서 증상 변화를 관찰하는 약물 휴약(drug holiday) 시도를 고려할 수 있으나, 이는 반드시 의료진의 판단 아래 진행되어야 합니다.
치매 진단이 맞더라도, 약이 삶의 질을 이 정도로 훼손하고 있다면 현재의 처방이 이 분께 맞는지를 재평가받으실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