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PHARAO 세슘냉각원자시계에 대해서
PHARAO 세슘냉각원자시계가 ’레이저 냉각 기술을 통해 세슘 원자의 열운동을 극도로 제한하며 우주에서 원자의 고유 진동수를 매우 길고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도록 설계한 기술‘이라는 것 까지는 알 수 있었는데 사용하는 레이저 냉각기술에 대해 자세하게 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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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수민 전문가입니다.
PHARAO에 쓰이는 레이저 냉각의 핵심은 빛으로 원자를 때려서 느리게 만든다는 역설적인 발상이에요. 빛이 무언가를 식힌다는 게 직관과 어긋나는데, 온도라는 게 결국 원자가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느냐의 문제라는 점을 알면 이해가 돼요. 원자의 속도를 늦추면 그게 곧 냉각이거든요.
원리를 풀어보면 이래요. 빛은 알갱이인 광자로 이루어져 있고, 광자는 아주 작지만 운동량을 가지고 있어요. 달려오는 원자를 향해 정면으로 레이저를 쏘면 광자가 원자에 부딪히면서 원자의 진행 방향과 반대로 살짝 밀어내요. 야구공에 작은 알갱이를 계속 던져서 속도를 줄이는 것과 비슷해요. 광자 하나의 힘은 미미하지만 1초에 수만 번씩 때리면 원자가 눈에 띄게 느려져요.
여기서 정교한 장치가 하나 들어가요. 그냥 레이저를 쏘면 원자를 향해 오는 것만 골라 때릴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요. 사이렌이 다가올 때 소리가 높아지고 멀어질 때 낮아지는 것처럼, 빛도 원자가 다가오면서 보면 진동수가 높아진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레이저 진동수를 원자가 정지해 있을 때 흡수하는 값보다 살짝 낮게 맞춰두면, 원자를 향해 달려오는 원자만 도플러 효과로 진동수가 딱 맞아 광자를 흡수하고 멀어지는 원자는 흡수하지 않아요. 결과적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원자만 골라서 제동을 거는 거예요. 이 방식으로 양쪽 여섯 방향에서 레이저를 쏘면 어느 쪽으로 움직이든 제동이 걸려서 원자 무리가 거의 멈춘 상태가 돼요.
이렇게 하면 원자의 온도가 절대온도 기준 100만분의 1도 수준까지 내려가요. 우주 공간보다도 훨씬 차가운 상태예요. 원자가 이렇게 느려지는 게 왜 중요하냐면, 원자시계는 세슘 원자가 가진 고유 진동수를 세어서 시간을 재는데 원자가 빠르게 날아다니면 관측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거든요. 느려진 원자는 측정 장치 안에 오래 머물러서 진동수를 훨씬 정밀하게 셀 수 있어요.
PHARAO가 우주에 올라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지상에서는 중력 때문에 냉각된 원자도 곧 아래로 떨어져버려서 관측 시간에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지상 장치는 원자를 위로 쏘아 올렸다가 떨어지는 동안 측정하는 분수 방식을 써요. 반면 무중력의 우주에서는 느려진 원자가 떨어지지 않고 거의 정지한 채로 한참을 떠 있을 수 있거든요. 관측 시간이 지상보다 훨씬 길어지니까 시계의 정밀도가 비약적으로 올라가는 거예요. PHARAO가 목표로 하는 정밀도가 수백만 년에 1초 오차 수준인데, 이게 레이저 냉각과 무중력 환경이 결합해서 가능해진 거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