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잔디를 깎을 때 나는 특유의 향긋하고 알싸한 풀냄새는 인공 화학 성분을 뿌려서 나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입은 잔디 스스로가 유체 세포막을 파괴당했을 때 즉각 뿜어내는 천연 화학 물질입니다. 과학에서는 이 냄새를 일으키는 화학 물질들의 집합체를 녹색 잎 휘발성 물질이라고 부릅니다.
평소 잔디 내부에는 이 냄새 성분이 대량으로 모여있지 않다가, 잔디 날에 의해 세포가 파괴되는 타격이 가해지는 순간 순식간에 합성됩니다. 예초기 날에 잔디 잎 세포막이 찢어지면, 세포막을 이루던 불포화 지방산이 세포 밖으로 쏟아져 나오고, 세포 속에 갇혀 있던 산화 효소가 유출된 지방산과 격렬하게 반응하며, 긴 지방산 사슬을 탄소 6개짜리 짧은 분자들로 분해합니다. 이렇게 짧게 조각난 분자들은 분자량이 작아 공기 중으로 쉽게 날아가는 휘발성을 띠게 되며, 이것이 바람을 타고 우리 코의 후각 수용체에 도달합니다. 이 휘발성 기체는 주변의 다른 잔디들에게 전달되어, 아직 상처 입지 않은 이웃 식물들이 미리 방어 화학 물질을 합성하도록 경고하는 이웃 간 통신 수단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