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핵심은 "일부러 고개를 숙이면 안 생기는데, 복부가 눌린 상태에서 힘을 주고 고개를 숙이면 생긴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체위 변화보다 복압(intra-abdominal pressure) 상승이 동반될 때 어지러움이 유발된다는 의미입니다.
이 패턴에서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발살바 수기(Valsalva maneuver) 유발성 어지러움입니다. 복부에 힘을 주는 동작은 흉강 내 압력을 높여 심장으로 돌아오는 정맥혈을 일시적으로 감소시키고, 결과적으로 뇌로 가는 혈류가 순간적으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고혈압이 있고 혈압약을 복용 중인 경우, 이런 상황에서 일시적인 뇌혈류 감소가 더 쉽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석증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석증 중에서도 수평반고리관(horizontal semicircular canal) 이석의 경우 일반적인 딕스-홀파이크 검사(Dix-Hallpike test)에서 발견되지 않을 수 있고, 복압이 올라가는 순간 내이 압력 변화가 함께 생기면서 유발될 수도 있습니다. 4번의 이석증 치료 이력이 있다는 점도 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게 합니다.
추가로 고려할 수 있는 것은 외림프누공(perilymphatic fistula)입니다. 드물지만 복압 상승 시 내이와 중이 사이의 막이 손상되어 압력 변화에 민감해지는 상태로, 힘을 줄 때마다 어지러움이 생기는 패턴과 일치합니다.
현재 경동맥 검사가 정상이고 평소 보행이나 기립 시 어지러움이 없다는 점은 뇌혈관 질환이나 기립성 저혈압 가능성을 낮춰줍니다.
다음 단계로는 신경과에서 뇌 MRI와 함께 뇌혈류 검사를 받아보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또한 이비인후과에서 복압 유발 상태에서의 안진(nystagmus, 눈떨림) 검사를 시도해볼 수 있는지 문의해보시기 바랍니다. 혈압약의 종류와 용량이 적절한지도 담당 내과 선생님과 함께 검토해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