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임계홍 의사입니다.
치핵 수술 후 오랜 기간 좌욕과 배변 관리로 고생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특히 회음부(질과 항문 사이)는 해부학적으로 습기가 차기 쉽고 마찰이 잦은 부위라 모낭염이 반복되면 심리적, 신체적 피로감이 상당하실 텐데, 질문하신 내용에 대해 의학적인 조언을 드리겠습니다.
첫째, 물을 하루 2리터 마시는 것이 습해지는 직접적인 원인은 아닙니다. 오히려 충분한 수분 섭취는 대변을 부드럽게 만들어 배변 시 항문 자극을 줄여주므로 긍정적입니다. 다만, 배변 후 잔변이 남거나 뒤처리가 깔끔하지 않을 때 습기가 더해질 수 있습니다.
둘째, 여성청결제 사용은 지금과 같이 피부 장벽이 약해지고 염증이 반복되는 시기에는 권장하지 않습니다. 약산성 제품이라도 염증 부위에 닿으면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비누나 세정제 사용을 중단하고 흐르는 미온수로만 부드럽게 닦아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소변 후에는 비비지 말고 부드러운 화장지나 거즈로 톡톡 두드려 물기만 제거하십시오.
셋째, 하루 두 번 씻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으나, 씻은 후 완벽하게 말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씻은 뒤 드라이어의 찬 바람을 이용해 해당 부위를 완전히 건조해주시는 것이 통풍보다 중요합니다. 물기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속옷을 입으면 모낭염이 재발하기 매우 좋은 환경이 됩니다.
넷째, 연고 사용에 대해 우려하시는 대로 피부 장벽이 약해진 상태로 보입니다. 에스로반은 항생제 연고로 세균성 모낭염에는 효과적이지만, 장기 사용 시 내성이나 피부 자극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미 스테로이드나 다른 연고를 사용하며 피부가 예민해진 상태이므로, 에스로반을 무작정 바르기보다는 이비인후과가 아닌 피부과나 항문외과에 방문하여 현재 피부 상태에 적합한 연고를 처방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임의로 연고를 덧바르는 것은 오히려 접촉성 피부염을 유발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다섯째, 앉았을 때 따가운 증상이 있다면 되도록 오래 앉아있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운전이나 장시간 좌식 생활은 해당 부위를 압박하고 열을 발생시켜 증상을 악화시킵니다. 꼭 앉아야 한다면 중앙이 뚫린 도넛 방석을 사용하여 환부가 직접 닿지 않게 해주세요.
현재 모낭염이 반복되는 이유는 치핵 수술 후 해당 부위의 피부 장벽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지속적인 좌욕과 배변 활동으로 인해 피부가 항상 습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치핵 수술을 받았던 병원에 방문하여 현재 모낭염이 단순 세균 감염인지, 아니면 수술 후유증으로 인한 피부염인지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필요하다면 먹는 항생제나 염증을 가라앉히는 적절한 외용제를 처방받아 짧고 굵게 치료하는 것이 반복적인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입니다. 집에서는 지금처럼 통풍에 신경 쓰시되, 씻고 난 뒤 완벽한 건조를 가장 우선순위로 두시길 바랍니다. 조속히 쾌차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