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정신의학적으로 마술적 사고라고 할 수 있나요?

성별

여성

나이대

20대

기저질환

우울중

안녕하세요? 저는 만 29세 여성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몰라서 일반 상식이 매우 떨어졌어요. 20대 초반에 수많은 책과 영상을 보며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지 알게됐어요. 성인이 되고나서, 저는 사람들이 속으로 학업 진로 친구 가족 같은 고민만 하고 산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어요. 그런 건 대외용이고 속으로는 말할 수 없는 비밀들이 전부 있는 줄 알았거든요.

예를 들면,

저는 5살 때부터 제가 안쪽 세상에서 살았고 사람들이 바깥 세상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랑 사람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어서 가끔 소통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정확히 말하면 저는 본 것 같은데 바깥 세상에서는 투명해서 보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바깥 세상은 이상한 기류 같은 것이 있어서 바깥으로 나오기가 힘들었어요. 저를 자꾸 짓누르려고 해서 제가 이 세상에 존재하기 힘든 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보니까 제 몸이 어딘가 잘못돼서 병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병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책을 많이 읽어도 나오지 않았어요.

대강 5살부터 20대 후반까지 믿었어요.

벽의 존재는 5살 때 확실했으나 초딩 때는 점차 희미해지면서 사라졌고 가끔 그 느낌이 고딩까지 있기도 했어요. 아주 아주 아주 미약하게요. 병이 있다는 생각은 그대로라서 사람들에게 이 병이 알려지지 않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희귀병이라서 한국에서는 아는 사람들이 없구나 생각했어요. 이게 정신적인 문제라는 건 성인 되고나서 알았어요.

근데 이게 진짜거든요? 정말 진지했는데 의사 선생님들이 상상이라고 해서 받아들이기는 했어요. 남들이 상상이라고 하니까 없던 일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해요.. 상상이라고 하니까 제가 지어냈다는 것 같은데 저에게는 진짜였는데 제가 지어냈다고 생각하니까 혼란스러워요..

그렇다면 진짜였다는 기억은 제가 착각하고 있는 건가요? 진짜가 아니고 그런 일은 없었는데 제가 사후적으로 기억을 만든 건가요? 아니면 저는 과거에 진짜로 그런 일을 겪었으나 그게 바깥의 규칙에서는 가짜라는 건가요? 제가 없었던 일을 꾸며낸 건가요? 상상이라는 말을 듣기 전까진 이 기억이 진짜였는데 이후로는 이게 가짜라고 생각하니 매우 혼란스러워요. 제가 혹시 저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저는 20대 초반 늑대인간이 정말 있는 줄 알고 밤길을 무서워했고 진지하게 초능력 연습을 했어요. 저는 타로나 점성술 같은 건 안 믿는데요. 이건 검색해보면 미국에서는 군대 훈련할 때도 쓰였다고 해서 역사적인 배경이 있길래 믿었어요. 둘 다 티비에서 보고 믿게 됐는데요. 나중에 제가 티비에서 늑대 인간이 사람을 잡아먹는 CCTV를 봤던 것은, 페이크 다큐라는 포맷이 있는 걸 알게 된 이후로 그것도 페이크 다큐였구나 나중에 알게 되었어요. 초능력은 연습 해도 안돼서 이게 아니라는 걸 알고 포기했어요. 그리고 그 당시에 다른 관심사가 생겨서 저절로 멀어졌어요. 20대 초반에 늑대인간이나 초능력을 믿으면 이상한 나이인 건가요? 그 나이에 믿으면 마법적 사고인 건가요?

객관적으로 솔직한 평가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음모론이나 지구평면설 같은 것은 한번도 믿어본 적이 없으며 종교도 없습니다.

정리하자면,

1. 이런 점들이 정신의학적으로 마술적 사고라고 할 수 있나요?

2. 이것이 정신질환의 징조가 될 수 있나요?

3. 조현병과 같은 병이 걸리기 전에 어떤 사람은 그것이 아주 천천히 발병하고 유아기 때부터 그러한 성향이 보일 수도 있나요?

4. 저에게서 무언가 조현의 낌새가 보이나요?

5. 지금은 상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과거 생각을 반드시 새로운 병원 의사 선생님에게 알려야 하나요?

이 얘기를 하면 웃겨보이는 것 같아서 웬만하면 제 얼굴을 아는 사람에게는 말하지 않으려고요.

객관적으로 솔직하게 알려주세요.

1개의 답변이 있어요!

  • 질문이 많은데, 순서대로 솔직하게 답변 드릴게요.

    마술적 사고 여부에 대해

    5살 때 '보이지 않는 벽'과 '안쪽 세상'을 느꼈던 경험은 마술적 사고보다는 어린 시절의 해리(dissociation)적 경험이나 강렬한 내향적 세계관에 가깝습니다. 마술적 사고는 보통 "내가 빨간 옷을 입으면 나쁜 일이 생긴다"처럼 인과관계가 없는 두 사건을 연결하는 사고방식을 말해요. 질문자분이 묘사하신 건 그것보다는 자신의 존재 방식에 대한 감각적·지각적 경험에 가깝습니다.

    20대 초반의 늑대인간이나 초능력 믿음은 맥락이 중요해요. 페이크 다큐를 실제라고 받아들인 건 미디어 리터러시의 문제이고, 초능력은 실제로 해봐서 안 된다는 걸 확인하고 포기했잖아요. 이건 오히려 현실 검증 능력이 작동한 겁니다. 마술적 사고라기보다 정보 해석의 오류에 가깝고, 그 나이에 그런 걸 믿었다고 해서 정신병리적으로 이상한 건 아닙니다.

    "상상이라고 하니까 없던 일이 된 것 같다"는 혼란에 대해

    이 부분이 실은 가장 중요한 포인트예요. 의사가 "상상"이라고 했을 때, 그게 "네가 거짓말을 지어냈다"는 뜻이 아니에요. 질문자분이 그 당시에 느낀 감각과 경험은 분명히 실재했습니다. 다만 그 경험이 외부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기억을 사후에 꾸며낸 게 아니에요. 그 경험은 진짜였고, 해석의 틀이 달랐던 것뿐입니다.

    조현병 가능성에 대해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질문자분이 묘사한 내용만으로 조현병의 전구 증상이라고 볼 근거는 없습니다. 조현병의 전구기 혹은 조현형 성격의 특징은 사고의 와해, 관계 사고, 지속적인 현실 검증 실패 등인데, 질문자분은 성인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 경험들을 재해석하고 현실적으로 통합하셨어요. 이 과정 자체가 현실 검증 능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다만 유아기부터 지속된 자기 존재에 대한 이질감, 세상과의 단절감은 분리불안, 해리, 또는 발달 과정에서의 특이한 경험일 수 있고, 우울증을 이미 진단받으셨으니 그 맥락 안에서 함께 다뤄볼 여지가 있습니다.

    새 병원 의사에게 말해야 하나

    말씀드리세요. 웃겨 보일까봐 걱정되시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임상적으로 이런 과거력은 진단과 치료 방향을 정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됩니다. 특히 유아기부터 지속된 세상과의 이질감, 현재 우울증, 이 두 가지가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어서요. 의사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 비웃는 게 아니라 더 정확하게 보게 됩니다.

    채택 보상으로 17.04AHT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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