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지치고 힘드셨겠습니다. 차근차근 설명드릴게요.
hCG 0.1은 사실상 음성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착상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아주 초기에 착상 시도가 있었더라도 진행되지 못한 상태로 봅니다. 인공수정 2회, 시험관 1회에서 모두 같은 결과가 나왔다면 단순한 운의 문제라기보다는 반복 착상 실패(RIF, recurrent implantation failure)로 분류하고 원인을 적극적으로 찾는 단계가 맞습니다.
자궁내막증이 있다는 게 중요한 맥락입니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내막의 염증성 환경을 만들고, 착상에 필요한 자궁내막 수용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난소 기능 자체는 나이 대비 양호하다고 하셨으니, 문제는 배아의 질보다 내막 환경일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봐야 합니다.
이 시점에서 시행해볼 수 있는 검사들이 있습니다. 자궁내막 수용성 검사인 ERA(endometrial receptivity analysis)는 이식 타이밍이 실제로 맞는지 분자 수준에서 확인하는 검사로, 반복 실패 케이스에서 의미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궁내막 미생물 검사(EMMA/ALICE)도 내막 내 염증성 세균 과증식 여부를 보는 데 쓰입니다. 배아 염색체 검사인 PGT-A(착상전 유전자 검사)를 아직 시행하지 않으셨다면, 다음 시험관 시도 시 배아 선별에 도움이 됩니다. 면역학적 원인, 특히 자연살해세포(NK cell) 활성도나 혈전 성향 검사도 반복 실패 워크업에 포함됩니다.
자궁내막증 자체에 대한 처치도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정도에 따라 복강경 수술로 병변을 제거한 뒤 시험관을 다시 시도하는 것이 착상률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있습니다.
다음 시도에서 수치가 올라갈 수 있냐는 질문, 가능합니다. 단 그 가능성을 높이려면 왜 계속 착상이 안 되는지 원인을 좁힌 뒤 접근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지금 다니시는 병원에서 반복 착상 실패 프로토콜로 전환해서 추가 검사를 요청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