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닥터 쇼핑 하는 건가요??? 솔직하게요.

성별

여성

나이대

20대

<2020년>

  • A병원(1달): ADHD로 방문했는데 자폐 성향 있다고 해서 무서워서 안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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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 B병원(1달): 초진부터 아스퍼거증후군 맞는 것 같다고 해서 무서워서 안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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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 C병원(1년): 조기정신증일까봐 걱정되는데 아니라고 하면서 계속 조현병 약인 리스페리돈이랑 팔리페리돈 주고 사실대로 말 안 하는 것 같아서 전원

<2024년>

  • D병원(1년): 이사 가서 전원

<2025년>

  • E병원(4개월): 초진부터 나를 조현병으로 봐서 불신으로 전원
  • F병원(3개월): 2번째 날부터 풀배터리 검사지만 보고 자꾸 자폐라고 해서 전원
  • G병원(3주): 초진부터 나를 조현형 성격장애로 봐서 불신으로 전원

<2026년~>

  • H병원(6개월): "잘 모르겠다, 감이 안 온다, 나는 xxx님을 도와주기가 어렵다"라고 해서 기분 나빠서 전원
  • I병원: 예약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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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제가 닥터 쇼핑 하는 건가요?

옮긴 이유가 다 있어요.

처음 만난 날에는 함부로 병명을 말하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첫날부터 저에 대해 말하니까 도무지 신뢰가 안 가는데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가요?

여기다가는 안 썼는데 몇 가지 이유(대기실 냄새가 마음에 안 들음, 비용이 너무 높음, 목소리가 마음에 안 들음) 등으로 한 번만 가고 다시 안 가기도 했어요.

이것까지 합치면 정신과만 14군데 방문했는데 닥터 쇼핑인 건가요???

1개의 답변이 있어요!

  •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네. 적어주신 패턴은 “닥터 쇼핑”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다만 이 말은 “나쁜 환자다”라는 뜻이 아닙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진단을 듣는 순간 불안·불신이 커지고, 그 불편감을 견디지 못해 치료 관계가 끊기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만 14군데, 그중 여러 곳은 첫 진료 또는 짧은 기간 후 중단했다면, 의학적으로는 치료가 누적되기 어렵고 진단도 더 혼란스러워질 가능성이 큽니다.

    첫날부터 병명을 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신 부분은 반은 맞고 반은 다릅니다. 의사가 첫날 “확정적으로 당신은 이 병입니다”라고 단정하고 충분한 설명 없이 낙인처럼 말한다면 부적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첫 진료에서도 “현재로서는 자폐 스펙트럼 성향이 보인다”, “조현형 성격 특성이 의심된다”, “조기정신증 가능성은 낮지만 관찰이 필요하다”처럼 잠정 진단이나 감별진단을 말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오히려 진료에서는 초기 인상, 감별진단, 치료 방향을 설명해야 합니다.

    특히 성인 자폐 스펙트럼 평가는 한 번의 느낌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지속된 사회적 의사소통 특성, 반복성·고집성, 감각 민감성, 학업·직업 기능, 동반 정신질환, 가족이나 과거 기록 등을 종합해 평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NICE 성인 자폐 지침도 포괄평가에는 발달력, 현재와 과거 기능, 동반 정신질환, 감별진단 평가가 포함되어야 하며, 진단에 이견이나 불확실성이 있으면 second opinion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또 리스페리돈이나 팔리페리돈 같은 약을 썼다고 해서 의사가 몰래 “조현병으로 확정”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물론 팔리페리돈은 조현병 스펙트럼에서 흔히 쓰이는 약이지만, 항정신병약은 증상 조절, 의심되는 정신증상, 강한 불안·사고의 혼란, 예민성, 충동성, 불면, 감별 중인 상태에서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런 약을 쓸 때는 왜 쓰는지, 기대 효과가 무엇인지, 부작용과 대안은 무엇인지 설명받아야 합니다. NICE도 항정신병약 선택은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결정해야 하며, 대사 부작용, 운동 부작용, 심혈관 부작용, 호르몬 부작용 등을 설명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현재 문제의 핵심은 “어떤 진단이 맞느냐”보다 “진단 이야기를 들으면 관계가 깨진다”는 점입니다. 여러 병원에서 반복적으로 자폐 스펙트럼, 조현형 성격장애, 조현병 스펙트럼, 조기정신증 관련 언급이 나온다면, 적어도 그 방향의 특성이 진료실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고 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그것이 최종 진단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완전히 우연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I병원에 가시면 처음부터 이렇게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여러 병원을 옮겼습니다. 자폐, 조현병, 조현형 성격장애 같은 말을 들으면 무섭고 불신이 생겨서 치료를 끊는 패턴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진단명을 바로 확정받기보다, 가능한 진단과 근거, 아닌 근거, 치료 목표를 단계적으로 설명받고 싶습니다.”

    그리고 최소 3개월에서 6개월은 한 병원에서 버텨보는 것을 권합니다. 단, 기준을 정해야 합니다. 의사가 무례해서가 아니라 진단명이 불편해서 옮기는 것은 멈추고, 설명을 요구하세요. “왜 그렇게 보셨는지”, “확정인지 의심인지”, “다른 가능성은 무엇인지”, “치료 목표는 증상 완화인지 기능 회복인지”, “약을 쓰는 이유와 중단 기준은 무엇인지”를 물어보면 됩니다. 의학적 의사결정은 환자의 가치와 선호, 근거, 의료진 판단을 함께 놓고 결정하는 과정입니다. NICE도 이를 shared decision making, 즉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검사와 치료를 결정하는 과정으로 설명합니다.

    냄새, 비용, 목소리 때문에 한 번만 가고 그만둔 것도 이해는 됩니다. 특히 감각 예민성이나 불안이 있으면 그런 요소가 실제로 견디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들이 반복적으로 치료 지속을 막고 있다면, 그것도 진료 주제로 가져가야 합니다. “저는 진료실 환경이나 말투에 예민해서 신뢰가 빨리 깨진다”고 말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지금은 닥터 쇼핑이 맞습니다. 그러나 고칠 수 없는 문제가 아니라, 다음 병원에서 “여러 진단을 확인받으러 다니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고 “한 명의 주치의와 불신이 생기는 순간을 다루는 것”을 목표로 바꾸면 됩니다. 진단명이 마음에 안 들어도 바로 전원하지 말고, 먼저 그 진단을 내린 근거와 불확실성을 설명해달라고 하세요. 그 과정을 견디는 것 자체가 이번 치료의 핵심일 가능성이 큽니다.

    채택 보상으로 22.08AHT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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