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질문자님이 생각하신 원리가 정확히 맞습니다. 향수의 향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향수를 구성하는 여러 화학 성분들의 휘발 속도가 각기 다르기 때문입니다. 조향사들은 이 휘발 속도 차이를 의도적으로 계산하여 시간에 따라 레이어가 벗겨지듯 향이 단계적으로 드러나도록 설계합니다. 이를 향의 피라미드 또는 노트'라고 부릅니다.
휘발 속도에 따라 노트를 3단계로 나누는데, 탑 노트는 분자량이 가장 작고 가벼운 화학 성분들로, 알코올이 날아감과 동시에 빠르게 공기 중으로 기화합니다. 향수를 뿌렸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지는 첫인상입니다.
미들 노트는 중간 정도의 분자량과 휘발성을 지닌 성분들로 탑 노트가 거의 날아간 뒤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합니다. 향수의 주제이자 정체성을 결정짓는 하트 노트입니다. 마지막으로 베이스 노트는 분자가 크고 무거워 공기 중으로 아주 천천히 증발하는 성분들입니다. 피부에 가장 오래 남아 은은하게 감도는 잔향이 되며, 앞선 가벼운 향료들이 너무 일찍 날아가지 않도록 잡아주는 고정제 역할도 겸합니다.
단순히 성분의 증발 속도 차이 외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체온과 피부의 유분, 개인 피부와의 화학 반응, 산화 반응 등의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향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